[기획] 예고된 오송지하차도 사고, “물차는데 차량 진입”
경보 4시간 30분간 무방비 상태 홍수경보에도 차량통제 안 해
2023-07-17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지난 15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인명피해를 일으키며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관계당국에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들은 행정당국이 홍수 경보가 내린 뒤 4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이다.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금강홍수통제소는 국무총리실‧행안부‧충북도‧청주시 등 70여 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오전 6시 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하며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자체는 모니터링만 진행했다. 결국 오전 8시 40분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며 사고가 일어나게 됐다. 실제로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지하차도로 물이 들어오는 순간에도 아무런 통제 없이 양방향 진출입하는 차량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한 이번 침수 사고의 원인은 미호천교 개축을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호천교 개축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공사’ 일환으로 진행 중인 공사다. 이에 관해 행복청 관계자는 “호우 대비를 위한 제방공사는 이미 지난 7일 끝마친 상태이고, 15일 진행한 작업은 수위가 올라가 보강작업을 한 것”이라며 “이 작업도 주민들은 다소 미흡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발생한 수해 이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실행이 더디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난해 수해를 겪고도 물막이판 보급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제작이나 예산 지원 절차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간소화해서 신속히 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체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하고 사고 책임에 대한 문책도 진행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책임 하나하나가 가벼운 게 아닌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책임 문제, 피해자 지원 등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충북경찰청은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