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미 확장억제 강화시 회담 멀어져…무장해제는 망상"
"미군 철수해도 전략적 속임수…며칠 전 군사적 공세 시작"
2024-07-1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며 주한미군 철수로도 비핵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할수록, 군사동맹 체제를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90년대부터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거듭해온 우리로서는 현 미 행정부가 들고나온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멈춰 세우기 위한 술책이 깔려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적으로 조미(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위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지금에 와서 비핵화라는 말은 실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의 잠정 중단이나 전략자산 전개의 중지, 가역적인 제재 완화 따위로 우리의 전진을 멈추고 나아가서 불가역적인 무장해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라고 단언했다. 김여정은 연합연습 잠정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한미가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을 "시간벌이를 위한 얄팍한 술책"으로 규정하며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설사 미군 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어도 해외 주둔 미군 무력이 다시 들어오는데 보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대화의 창을 닿아둔 것은 북한이 아니라는 명분을 만드는 동시에 한미가 대화를 제안하려면 주한미군 철수로도 부족하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핵화는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우리는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북한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12일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정점고도 6천㎞을 넘김으로써 미 본토 타격 능력 보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점을 거론하며 장차 대미 위협 수위를 올려 나가겠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여정은 지난 10·11일에 이어 이번 담화에서도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했으나 남조선 호칭도 함께 썼다. 그는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한 문장안에서 두 호칭을 혼용했다.앞서 김여정의 '《대한민국》' 언급을 두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