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급 소비절벽 오나”… 유통街, 먹거리 안전성 높이기 총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지정으로 소비심리 위축 대형마트·백화점·식품제약업계, 대응책 마련에 집중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응 역량 부족… 정치권 언론이 위험성 부추겨

2023-07-18     이용 기자
부산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올 여름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지정 △무더위 및 장마로 인한 식품 변질·농산물 가격 급등 등이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특히 일본이 늦어도 올 8월 중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어, 어패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급감하고 있다. 최근 일본산 어패류는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관세청은 지난달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1910톤으로 전년 동기(2926톤) 대비 34.7% 줄었다고 밝혔다. 수입액도 21.7% 감소한 1015만6000달러로 나타났다. 앞서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올해 1~3월까지 3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는데,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4월을 기점으로 하락했다. 아직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시작되지 않았고, 국내외 원자력·해양 전문가들도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지만, 이미 공급 시장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이에 대형마트는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확대해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한 자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방사능 오염 측정기까지 도입해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자체적인 검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자영업자들과 시장 상인들만 뒤처지고 있다. 특히 어패류 판매율이 가장 저조한 여름을 맞이해 관련 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충무로의 횟집 사장은 “원래 여름은 어패류 변질 우려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한 시기다. 대신 기업 차원의 대형 회식을 종종 유치하면서 먹고 살았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로 수산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뚝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한 가운데, 식품 및 제약업계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아스파탐은 하루 섭취 허용량을 넘기지 않는다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러나 일단 ‘발암’이라는 키워드에 자극을 받은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만큼, 관련 업계는 아스파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오리온은 WHO 발표 이전부터 아스파탐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종근당은 시중에 아스파탐이 포함된 일반의약품은 성분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원제약은 일부 제품의 아스파탐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주부터 이어진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 생산에 피해가 발생해 시금치와 상추, 오이 등의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식품업계가 자발적으로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을 인하하며 서민들의 밥상물가가 안정되고 있었지만, 식재료 가격 폭등으로 다시 고물가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엔데믹으로 기껏 되살아난 소비 심리가 후쿠시마 오염수와 아스파탐, 식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로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주력 산업이 부진하는 가운데서도 식음료 분야는 하반기 경기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해당 산업 활기에 힘입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 하반기 이후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악재가 겹치며 하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던 경제분석기관들도 다시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산업연구원은 내수 위축으로 전년 대비 1.4%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먹거리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여러 요소 중 일부는 공급자와는 무관한 한데도 정치권과 언론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L마트 수산품 코너 파트장 A씨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아직 방류되지도 않은 오염수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소비 시장을 위축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국민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정작 불안감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고스란히 수산업계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 언론은 설탕의 유해성을 부각하며 소아 비만을 유발한다고 비판했고, 이에 업계는 아스파탐으로 대체하게 됐다. 이제와서는 아스파탐 유해성에 대한 WHO의 보고서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며 업계 신뢰도 하락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