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피해자들 ‘망연자실’… 복구 엄두 못 내
정부, 이르면 내일부터 특별재난지역 단계적 선포 폭우 피해지역 주민들 “당장 할 수 있는 복구 한계”
2024-07-18 나광국 기자·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이소현 기자 | #폭우로 피해를 입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거주 중인 박경자(76·여)씨는 “장마철만 되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6년 전에도 괴산댐이 무너질 뻔해 집이 쑥대밭이 됐었는데 올해는 집이 결국 무너졌다. 평생을 살았던 고향을 떠나야하나 고민이다”며 “분명히 올 여름 폭우가 예상된다는 뉴스를 몇 달 전부터 봤는데 정부 차원의 사전조치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 예천문화센터 이재민 대피소에서 대피 중인 이모(68·남)씨는 아직도 부서진 터전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씨는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났다. 여생을 평온하게 아내와 살려고 했는데 복구고 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할지 눈물이 날 정도”라며 “복구 작업 인력도 부족하고 지방에는 죄다 노인들뿐인데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과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들이 터져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19일부터 경북과 충북 등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예정이지만 현장에선 또 사후약방문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작업,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며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데에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면 피해 복구와 지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장에서는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진 데다 호우가 최대 다음주까지는 이어질 전망으로 주민들이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다. 실제로 살던 집에 토사가 들이닥치고 가구가 물에 잠겼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복구와 피해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빨리되면 그나마 다행이나 절차상 시간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기준 호우로 일시 대피한 이재민 중 5686명은 귀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북 예천군 진평리에서는 낮 12시께 마을회관 인근의 나무 무더기에서 사망한 70대 여성 강모씨가 발견됐다. 오전 10시30분께는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해병대원이 하천에서 숨진 채 떠내려온 60대 여성 이모씨를 신고했다. 예천군 대피소에서 마을 복구 현장으로 나선 천향2리 이장 이씨(63세)는 "마당에 흙탕물이 들어차 인삼밭으로 뛰어서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졌다"며 "마을 길만 겨우 치우고 있는 상황이라 며칠을 대피소에서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이재민은 "집으로 들어온 펄을 걷어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재민은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다 썩었다"며 "복구돼도 산사태가 무서워 어떻게 돌아가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일부 주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폭우에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특히 지방에는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아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했었는데 이번에도 또 사후약방문뿐이라 참 속상하다”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경북지역 사망자는 23명, 실종자는 4명이다. 4명 모두 예천에서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