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조선, 안전·노동력 확보 '스마트 조선소' 적극 도입
매년 안전 사고 2000여건 발생, 중대재해법·산안법 위협 노출
2023-07-19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조선업계에 '슈퍼 사이클'이 찾아왔지만 이를 소화할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련 기업들이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건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경우 산업 재해에 관한 현행법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생산성을 모두 잡을 수 있어 소위 '스마트 조선소'의 입지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연이은 수주 낭보에 약 5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계 각지의 선사들이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자동차 운반선(PCTC) 등 특수선과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각종 선박 발주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밀려드는 것은 분명 호재다. 그러나 내국인들이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조선업계 건조장을 기피하는 탓에 인력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건조가 지연돼 최종 납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6월까지 건조 현장에서 용접·도장·전기 분야 부족 인력이 1만1099명이라고 추산했고, 2027년에는 3만6000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올해 숙련 기능 인력 점수제 비자(E-7-4) 400명분을 설정했다. 이로써 외국인 근로자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과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사들은 생산성을 확보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 4월, 한화오션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 디지털 생산 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에는 드론으로 건조 중인 블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 관리 센터'가 있다. 생산성 향상과 안전 사고 예방이 목적인 스마트 조선소인 셈이다. ㈜한화 모멘텀부문과는 협동 로봇의 자동화 기술 분야에 대해 협력해 용접·메탈 핸들링 등 고난도 작업을 요하는 환경에서 공장 작업자를 지원함으로써 사고 예방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지능형 생산 기술 연구 센터'에는 친환경 생산 기술과 안전성 극대화를 위한 연구·개발(R&D)와 스마트 야드 구현을 위한 최신 생산 기술, 디지털 전환 연구 개발 설비를 갖췄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협동 로봇 42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해당 로봇들은 평판 위주 판넬 조립부·곡블록 위주 대조립부 용접에 쓰인다. 향후에는 맞대기 용접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인당 2대씩 활용하면 50셀까지 처리할 수 있어 기존보다 14셀이나 더 많은 작업이 가능해진다. 삼성중공업은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사물 인터넷(IoT)과 인공 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빅데이터로 만드는 경영 관리 시스템인 'S 야드'를 개발해냈다. 견적부터 제품 인도까지 선박 건조 과정의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인력·자재·에너지 등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위험 요인을 선제 파악해 제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처럼 노동 집약적 산업인 조선업을 플랫폼 기반 고효율 기술 집약 산업으로 탈바꿈할 경우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행 안전 규제 역시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실제 조선업계에서는 매년 2000여건의 산업 재해가 발생해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구속까지 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돼 있어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선업계 사망 사고 중 약 70%는 하청 근로자들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추락과 전도 등 특정 형태로 산업 재해 사고를 겪는다. 이는 독에서 거대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의 생산 현장 특성상 고소 작업이 많은 것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때마다 안전 사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하청 근로자에게 집중된 사고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청과 원청 대표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하청업체의 안전 보건 수준 개선은 생산성 향상과 원청 기업 가치 상승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기본 경영 원칙으로 확립하고, 안전 보건 관리 상태 개선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이행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실천해야 한다"며 "노·사·협력사 등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