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식품업계 가격 인하 속 천장 뚫린 ‘외식물가’

2024-07-20     강소슬 기자
유통중기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정부의 직접적 가격 인하 압박에 식품업체들이 백기를 들어 라면과 제과 제빵까지 줄줄이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자영업 비중이 높은 식당가의 메뉴 가격은 그대로다. 기록적인 폭우로 농산물 가격도 급등하자 외식물가는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내려갔다고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 정부는 ‘보여주기식 물가 안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재의 가격 인하 소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부분 하루에 한 끼 이상은 외식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겐 물가가 안정세로 들어섰다고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4월 프렌차이즈 외식업체에 서민들이 느끼는 외식물가 부담이 큰 상황이니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 달라며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오히려 햄버거, 치킨, 피자, 커피까지 주요 외식 프렌차이즈는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식당의 음식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빙수 프렌차이즈 설빙은 빙수 7종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피자헛도 지난달 프리미엄 피자와 사이드 메뉴의 일부 가격을 인상했다. CJ푸드빌의 빕스도 샐러드바 가격을 평균 4.9% 이상한 바 있다. 그간 물가상승을 부추기던 주범인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로 둔화세를 보였지만,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외식비 연간 상승률은 7.7%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5.1%를 크게 웃돌았는데, 올해 6월까지 외식비 누계 상승률은 이미 7.2%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집계한 6월 서울 지역 8개 대표 외식 메뉴의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8.45% 올랐다. 1만원 이하인 자장면(10.42%), 김밥(8.6%) 등의 가격 상승 폭도 커졌다. 올해 1월과 비교해도 6개월 사이에 평균 3% 올랐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은 한 달 전과 비교해도 2.11% 상승해 한 그릇 1만1154원에 달했다. 시설 재배 하우스와 과일 산지인 충청과 경북 지역에 역대급 집중 호우가 발생해 국내 농산물 생산의 피해도 커졌다. 상추·수박·고추는 물론 복숭아·사과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일부 품목은 도매가격이 하루 만에 6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폭우는 특히 하우스 재배 작물과 과일 생산지에 집중된 탓에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폭우가 내리면 땅에서 가까이 재배되는 작물일수록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볼 확률이 더 커진다. 수박과 상추가 대표적이며, 고추와 애호박 등 주로 산지에서 생산하는 작물 역시 생산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일조량이 크게 줄면 불량이 늘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재료인 농산물 가격이 올라 외식비를 비롯한 밥상 물가에도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과거에도 장마 및 태풍 등으로 작황이 악화해 물가가 크게 치솟은 전력이 있다. 2011년 시간당 100㎜에 달하는 100년만의 폭우가 내렸던 당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7%로 당시 기준 사상 최대로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11.2% 신선식품은 9.0% 올랐다. 2017년 장마와 무더위가 겹쳤을 당시에도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2.3% 급등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정부는 원재료 물가가 떨어지면 그 비용을 기업이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업계를 압박해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이 지속할 경우 가격 인상 억제를 요구할 명분은 부족해진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직접적인 시장 개입보다 물가 안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대응 능력을 피부에 와닿게 입증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