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美 연락에 '무응답'...미군 월북 사태, 장기화 되나

美, 18일 월북 확인 후 北에 연락 했으나 회신 無 김종대 "北 입장에선 이런 복덩이도 없어"

2024-07-20     이태훈 기자
판문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미국이 18일(현지시간)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의 월북을 확인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 측의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략적 이유 등으로 관망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어제 국방부가 북한군(Korean People's Army) 카운트파트에 연락했지만 이런 통신에 북한이 아직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날과 비교했을 때 진전된 상황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몇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며 "행정부는 킹이 안전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킹의 안위와 소재를 놓고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밀러 대변인의 설명과 궤를 같이했다. 이어 "정부는 킹 병사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가 무사히 돌아오도록 활발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스웨덴과 한국 정부에 대한 접촉을 포함하며, 국방부가 카운터파트이니 북한군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 증가로 미북간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UN제재 등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된 북한 입장에선 킹 이병을 다양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종대 전 의원(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입장에서 킹 이병은) 이런 복덩어리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북한이 미국의 연락에 즉답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이 제일 황당한 사태일 것"이라면서도 "최근에 김영철 총 정찰국장이 현직으로 복귀를 해서 미국, 일본하고 마침 큰 판을 구상하던 터에 병사 하나가 왔으니 미국 정부가 북한하고 협상을 제안해 올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전에 없던 북한이 유리한 대화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은) 북한으로서 상황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사실 미국이 먼저 제안한 대화에 응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좋고, 이렇게 보면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북한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CNN 방송도 킹 이병을 '1982년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도주한 첫 미군'이라고 소개하며 "군 정보를 북한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월북 당사자가 미국 송환을 원치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 경우 킹 이병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의도와 별개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쟁위원회 행사 연설 직전 이 사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대하지 않았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은 킹이 북한으로 넘어갈 때 망명 의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여러 차례의 질문을 무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