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력 혁신 필요한데”…뿌리기업, ‘고통’ 여전
국가 지원에도 고령화 문제에 현장 부담 지속 20‧30대 근로자 줄고, 40대 이상 비중 상승세
2023-07-20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의 근간인 뿌리기업들의 사기는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뿌리기업은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에서 활용하는 주조, 금형, 단조, 용접, 도금, 열처리 등을 영위하는 업체를 뜻한다. 20일 관련 업계에, 뿌리기업은 강도 높은 노동력과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청년층이 기피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시대 변화에 따른 뿌리기업 지원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장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뿌리기업 육성을 목표로 ‘뿌리산업법’을 제정했다. 뿌리기업으로 지정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가 2~5명(10~20%)씩 확대될 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부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특화단지 조성 시 공동 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구축까지 지원받는다. 뿌리기업 육성 및 보호를 목적으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도 설립했다. 뿌리기업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네트워킹까지 지원한다 동시에 현장에서 요구하는 정책 기반까지 개발한다. 뿌리기업의 사회적 비중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기준 뿌리기업은 5만1338개사로 71만9559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뿌리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227조9000억원에 달한다. 주요 제조업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제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제조업 생산의 10%와 고용의 12%를 차지했다. 하지만 뿌리기업은 근로자 고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2022 뿌리산업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30대 미만 근로자의 비중은 10.5%에 불과했다. 2012년(14.3%)보다 3.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30대의 비중도 31.6%에서 25%로 6.6%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40대 이상 근로자의 비중은 늘었다. 40대는 2012년보다 2.1%포인트 상승했고, 50대도 4.1% 증가했다. 60대 근로자도 4% 올랐다. 고령화가 이뤄지는 만큼 혁신 속도도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군포의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고령화 문제는 계속해서 사업장에서 확인하고 있고, 실제 관계사들도 같은 경험을 겪고 있다”며 “현재 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문제가 없지만, 타 업체에서는 태업과 이직 요구 등으로 혼란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종 특성상 기계로 찍어내지 못하는 정밀한 라인에서는 숙련공의 기술력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숙련공에게 기술을 전수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임금까지 대기업보다 적어 청년층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을 갖춘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