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 없었다… 수해로 부실공사 논란 재점화

오송 참사 주범되나…행복청 부실 가물막이 논란 민간건설사 단지도 곳곳서 부실징후 발견 “엄격한 설계·준공승인 관리와 적절한 처벌 필요”

2024-07-20     나광국 기자
24명의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최근 수해로 부실공사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 곳곳 공사장 등에서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정황이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수해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정부 및 지자체들, 행정당국 등 모든 책임 주체에 안전의식 고취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20일 오송 궁평2 지하차도 관리청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행복청이 가설한 교량 공사용 제방 45m가 불어난 미호강 물에 붕괴하면서 같은 날 오전 8시45분께 인접한 궁평2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공사용 가물막이는 온전한 둑 구조물이 아닌 흙둑에 방수포를 씌운 형태였다.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 홍수경보가 발령된 지 4시간여 만에 둑이 터졌고 지하차도에 수만톤의 강물이 쏟아졌다. 행복청이 가물막이 둑 일부를 헐어 중장비 통행로로 이용해 왔단 주민들의 목격담이 나오면서 애초에 둑 기능을 하지 못한 가물막이였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폭우로 미호강 물이 불어나면서 임시둑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이 물이 농경지를 거쳐 인근 지하차도로 빠르게 유입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오송읍 주민 정모 씨는 “7월 상순에야 임시 둑 재축조 공사가 마무리됐고 둑 형태도 온전한 둑 구조물이 아닌 흙을 쌓아 올린 둑에 방수포를 씌운 형태였다”면서 “과연 폭우를 견딜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상이 아닌 것은 공공시설인 둑뿐만이 아니다. 이번 수해로 전국 곳곳의 민간아파트 단지 외벽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단지별로 다양하지만 대부분 시공 과정에서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튼튼하지 않은 외벽에 빗물이 들어가 건물 노화를 촉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1일 폭우로 인해 침수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신축단지 입주민 A씨는 “최근 브랜드 아파트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며 “부실한 시공으로 철근이 돌출하거나 폭우에 침수되는 사례를 뉴스로 많이 접하다 보니 내 집에서도 언제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마 직전에도 부실시공 정황은 끊임 없이 발생 중이었다. 서울 상일동 신축단지에서는 철근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왔고, 노원에서는 침수와 곰팡이, 균열이 집중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모두 국내 1군 건설 브랜드가 시공한 단지다. 국민권익위원회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6월∼2023년 5월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총 41만8535건이었다. 권익위는 “지난 6월 민원 총 발생량은 118만718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 늘었다”며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로 관련 민원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설계·준공승인 관리는 물론이고 건설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관계기관은 아파트 설계부터 공사 마감까지 더 꼼꼼하게 검토하고 승인을 내줘야 한다”면서 “일정 수준보다 떨어지는 원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대해선 까다롭게 관리하고 부실공사가 발생할 경우 원청에 좀 더 강력한 처벌 또한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