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기저효과 ‘신기루’

소비자물가 상승률, 21개월만에 2%대 기록…내수 회복은 ‘글쎄’ 석유물품 가격 급락 주요 원인…“공공요금 상승으로 물가 오를 것”

2024-07-23     김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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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출 감소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침체 현상이 개선됨과 함께 이에 내수시장 역시 회복세가 점쳐지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6월 월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한 542억달러, 수입은 11.7% 감소한 531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1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16개월만의 흑자전환이다.  6월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던 지난해 기저 효과로 인해 올해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여전히 절대적인 지표는 낙관적이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적자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수 시장 활성화를 결정하는데 주된 요인으로 작동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이전달과 같았다. 전년 동월와 비교할 경우 2.7% 상승해 전월 3.3%보다 0.6%p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은 21개월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4.1%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 2.3% 올랐다. 밥상 물가를 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대비 0.9% 하락했지만,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할 경우 3.7% 올랐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며 내수 시장 활성화의 ‘불씨’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일부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려 발생한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린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으로 파악된다. 실제 석유류 가격은 25.4% 급락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각각 23.8%, 32.5% 급락하며 하락세를 견인했다. 이에 석유류는 전체 물가상승률의 약 1.5%를 끌어내렸다. 석유류 가격의 급격한 하락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원유가가 급등했던 작년을 주목해야 한다. 석유류 물가지수는 2021년 9월까지 110을 유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증했다. 이에 석유류 물가지수는 작년 6월 158.36으로 최고점을 갱신한 바 있다. 이 시기 기준 석유류 물품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36.9%에 달했다. 당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2000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기저효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내수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은행은 통계청의 발표와 같은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은 7월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지만,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공공요금 등의 급격한 상승이 물가 상승률 하락과 내수시장 활성화를 주요하게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 시기에서 내수시장 회복과 소비자물가 하락을 예측하는 것은 굉장한 시기상조”라면서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폭이 너무 커 하반기 이후부터 소비재 물가 상승률에 분명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