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점 갱신… 경제위기 자력회복 ‘첩첩산중’
정부·ADB·OECD·IMF,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일제히 하향 조정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및 민간 소비·투자 부진이 주요 원인
2023-07-23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와 해외 경제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인 만큼,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지존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것으로, 반년 만에 0.2%포인트 하향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3%, 취업자 증가분은 32만명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지난 4월에는 1.5%로 전망한 바 있는데, 석 달 만에 전망치를 낮췄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3.5%로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지난달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린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밝혔던 1.6%에서 0.1% 낮췄다. OECD는 2021년 12월 이후 꾸준히 한국의 전망치를 낮추는 상황이다. 2021년 12월 2.7%, 2022년 6월 2.5%, 9월 2.2%, 11월 1.8%로, 올해 2번을 합치면 총 5차례 현속 하향 조정했다. IMF도 지난 4월 종전 1.7%였던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춰 1.5%로 조정한 바 있다. 해외 경제기관들은 글로벌 각국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만큼, 한국만 부진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몰린다. IMF는 지난해 10월 올해 아시아 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4.3%라 밝혔는데, 최근에는 0.3%포인트 상향해 4.6%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G20은 2.6%에서 2.8%로, 유로존은 0.8%에서 0.9%로 상향했다. 중국 또한 기존 대비 0.1% 올린 5.4%로 나타났다. 각 경제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주요 원인으로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민간 소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였는데, 지난달 11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간신히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정부는 한국과 같이 절대 다수의 에너지를 수입해오는 제조업 특화 국가 특성상 국제 에너지가에 영향을 받게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러-우 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국내 기업의 생산 부담이 크게 올라간 반면, 정작 국산제품의 수요가 떨어진 것도 문제다. 반도체와 전자기기 등 국내 핵심 품목의 글로벌 판매가 부진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한 상태다. 코로나19 시절 매출이 급증했던 국산 진단키트도 엔데믹으로 인해 수요가 뚝 떨어졌다. ADB는 중국 리오프닝의 제한적인 영향, 고금리가 미치는 악영향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낮춘 원인으로 지목했다. ADB는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이 13.6% 감소했고, 반도체 수출도 39.4%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반한 감정과 기술 자립을 강조하면서 한국 제품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ADB는 올해 하반기에도 고금리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전년동기 대비 60.3% 감소한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물경기 둔화 지속,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경기회복 부진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J제약사 경영부서 관계자는 “중견급 회사는 보통 건물을 짓고 사무실 임대를 통해 고정수익을 유지한다. 그런데 최근 불경기로 창업자와 임대인이 줄어들어 부동산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고정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니 리스크가 큰 벤처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관들은 하반기에는 경제 상황이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최근 반도체 경기와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미국, 일본 수출 회복으로 경기 흐름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이후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상승은 미국이나 유로지역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이라며 “서비스 소비와 고용상황이 과거 물가 둔화기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