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높은 몸값’에 난항 예고
시총 9조3407억원…몸값 5조 이상 SM그룹 “4조5000억원 적정가”
2023-07-23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HMM이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비싼 몸값 탓에 매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산은이 현대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받은 이후 7년여만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 기관은 올해 10월 2조7000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매각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다.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래 인수 주체가 획득할 지분은 잠재발행주식 총수의 38.9%”라며 “매각 후에도 정부가 4건의 전환사채를 보유해 32.8%의 잠재 지분을 보유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HMM의 비싼 몸값이 매각의 걸림돌이다. 지난 21일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9조3407억원이다. 이를 반영하면 매각 대상인 구주의 시가는 4조원 수준이다. 이에 현금성 자산 규모가 14조원에 이르는 HMM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5조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HMM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며 최대 4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아무리 양보해도 HMM의 적정 인수가격은 4조5000억원”이라며 영구채 전환 시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1조원만 전환해도 인수 자금은 4조원이 뛴다. 그러면 8조원을 들여 HMM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얘긴데, 우리뿐 아니라 그 돈을 들여 HMM을 인수할 국내 그룹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연구원은 “SM그룹의 전제조건은 영구채에 대한 정부의 상환 허용이었다”며 “상환 허용 없이 전환할 경우, 신규 상장될 2억주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시가총액 상승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배 연구원은 “HMM은 과거 190회, 191회 영구채 주식 전환 후 신주 상장을 진행했는데 당시 전환권 청구 행사 가능성 때문에 시가총액이 조정됐다”며 “그러나 신주 상장일에 시가 총액 상승이라는 공식은 맞으나 현재 무조건적인 상승은 단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주체의 고민은 결국 경영권 획득이 보장된 지분율의 적정 인수가격이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결정에도 SM그룹의 인수 의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M그룹 외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LX그룹 등이 꼽힌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 관심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LX그룹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자본력이 있고, 계열사인 통합물류기업 LX판토스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