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렴하게 나왔네"… 갭투자자 또 극성

금리동결+규제완화가 갭투자 부활 조장 전세사기 피해 진행 중인데… 어떻게 막나

2023-07-23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최근 집값 반등 조짐으로 갭투자 거래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여파가 여전한 데다, 시장 침체 속 손절매 거래가 이뤄진 가운데서도 이같은 거래는 끊이질 않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 11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는 올해 4월 7억5700만원에 팔렸다. 이 주택은 지난 2020년 9억원에 매매되고, 7억5000만원에 전세를 맞췄었다. 갭을 이용해 주택을 매입했다가 2년3개월 만에 1억4300만원 낮은 가격에 집을 되판 것이다. 그런데 새로 집을 매입한 집주인도 4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갭투자자였다.  지난 주택 가격 상승기 갭투자자들이 고점에서 사들인 집을 손해 보고 급매로 팔았음에도 또 다른 투자자가 매입에 나선 것이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노원구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포착됐다. 상계주공7단지 49㎡ 새 집주인도 2년 전보다 4000만원 낮은 6억2000만원에 이를 매입하면서 2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서비스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을 기준으로도 최근 3개월간 서울 갭투자 1위 지역은 서울 노원구(45건)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복수의 중개업자들은 "아직 전셋값이 낮아 투자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지금이 가격이 바닥이라는 판단에 일부 이같은 거래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거래 규제가 완화되는 등 갭투자를 감행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다만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서도 이같은 거래가가 지속되며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갭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세 세입자들보다 투자자가 돈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터지지 않으려면 갭만큼의 집값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갭투자 등을 포함한 투자 거래도 투기가 아닌 시장의 일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었지만,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집을 사고 팔 수 있는 현재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대출을 끼고 갭투자를 하고, 경매에 넘기는 것 빼고는 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재테크 수단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부분은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얼마나 많은 갭투자 거래가 지난 주택 가격 상승 시 일어났을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무분별한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증금을 제3자에게 예탁하는 에스크로제와 더불어 집주인의 자기자본이율이 30%를 넘도록 하는 등 갭투자 방지안도 제시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회를 만들고 투기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온 측면도 있다"며 "신속한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