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업계, 투자 실탄 마련 ‘각사각색’

LG엔솔·에코프로·포스코 등, 회사채 공모 흥행 삼성전자, 자회사에 20조원 차입 “시장 고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재투자·해외금융 차입

2024-07-23     최동훈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자금을 다방면으로 마련 중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투자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그룹사간 차입 등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채는 시설투자,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흔히 발행하는 채권이다. 최근 성장 전망이 제기되는 업종별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높은 투자금 회수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1위 기업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국가별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배터리 시장의 고른 성장세가 예상된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 출범 후 지난달 말 처음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 결과 기존 신고한 금액 5000억원의 2배인 1조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자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코스닥 황제주’로 거듭난 2차전지 소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도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한 결과 모집액의 2배 넘는 투자 주문을 모으며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에코프로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최근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올 초에는 주요 철강사인 포스코, 현대제철이 채권 발행에 성공한 점으로 시선을 모았다. 포스코 3500억원, 현대제철 2000억원씩 공모한 결과 각각 3억9700억원, 1억8050억원으로 10배 안팎의 투자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양사는 그간 자동차, 조선 등 철강수요 산업의 회복세와 더불어 철강재 가격 인상 추세에 힘입어 높은 투자 매력도를 인정받았다. 양사는 친환경 공정 구축,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반면 전자, 자동차 업종에서는 최근 회사채 발행 사례를 찾기 어렵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영업으로 대거 벌어들인 현금을 적극 재투자하거나, 조달할 자금의 규모가 너무 커 시장의 현금 유동성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서다. 삼성전자는 2001년을 마지막으로 20년 넘게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주요 자금조달 사례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한 점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금리, 부동산발 프로젝트파이낸셜(PF) 위기 등 요인으로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수십조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 현금 유동성이 더욱 약화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기아는 영업이익 재투자, 해외 금융기관 차입, 해외법인 배당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전기차 글로벌 확산,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성차 수요 회복 등 요인에 힘입어 늘린 순이익을 사업 자금으로 운용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지분을 보유한 그룹사와 해외 법인 등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양사가 수취한 배당금은 현대차 5319억원, 기아 127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5.4%, 1.8%에 달한다. 양사는 이밖에 해외 금융기관 차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8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해외 금융기관 5곳에서 10년 만기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투자자금 7억1000달러를 차입했다. 영국 금융 전문 조사기관 TXF는 이달 초 해당 차입 사례를 ‘아시아 지역 올해의 딜’로 선정하기도 했다. 자금의 투자가치가 높고 조달 과정이 원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최근 원자재값, 환율, 물가가 상승하는데 비해 제품 수출 가격은 인하한 점 등을 감안해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다”며 “향후 순탄치 않은 경제여건이 예상돼 유동성위험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