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급이냐 집값이냐… 주택시장 딜레마
민간 정비 활성화 속 강남 재건축 평당 1억원 "공급 위한 개발 정책, 집값 상승 양날의 칼"
2024-07-24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고금리에도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국토부나 서울시 등 관련당국들이 공급 확대와 집값 잡기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당초 국토부나 서울시는 민간공급을 확대해 강남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는 방법을 염두에 뒀으나, 분양가상한제 및 토지거래허가제 등 뽑히지 않은 규제 대못에도 강남 집값은 오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공급을 줄이면 추후 집값 대란이 불가피한 만큼 집값 잡기의 관건은 강남에 대한 규제완화 강도나 기한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4일 "정부와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유도하고 있음에도 집값은 오르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사업 등의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그럼에도 지난 2022년 고점 대비 80~85% 내렸던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최근 90% 안팎을 회복했다. 최근 신속통합기획과 안전진단 활성화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속속들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국의 거래 및 세금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서울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강남 등 일부지역의 집값 상승은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고금리 속에서 지금의 정책을 유지해야 결국 집값이 평준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그래도 시장에 지속적으로 원활한 공급을 해줘야 한다"며 "집값 상승의 경우 헌 주택이 새집이 되는 것을 기대하고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상승이라기보다는 미래가치가 반영된다는 식의 사고 전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면 양극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에 규제완화 속도를 조절하거나 더 명확한 공급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신속통합기획은 대권을 바라보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이고, '한강 르네상스' 시즌2로 삼겠다는 내용"이라면서 "하지만 개발 사업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로, 집값을 자극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부동원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77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시의 신통기획과 시공사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변경하는 규제완화 등이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3.50%로 여전히 높고, 주택담보대출은 우상향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오는 8월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710가구(임대 포함)로 2016년 이후 최저 물량이다. 최근 거래량 증가 및 집값 상승이 실계약으로 이어지는 등 순기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고금리 상황에서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는 주택구매의지를 자극해 결국 빚내서 가계부채를 늘리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급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강변 아파트를 35층에서 70층으로, 용적률도 300%에서 50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 정비사업을 앞세운 만큼 정책 불확실성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소할 거시적인 계획 수립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압구정3구역조합은 시의 신속통합기획안에 제시된 용적률(300%)보다 높은 수치(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최종 선정했다. 서울시가 해당 설계사를 고발 및 행정 조처했음에도 나타난 결과다. 무분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강남 등 일부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를 연장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십수년 동안 개발이 불발된 은마아파트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로 다음달 은마아파트 재건축도 수십년 만에 추진될 전망"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수십년 동안 토허제와 인허가권을 통해 강남 집값을 사실상 통제해 왔으나, 이번 규제완화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