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예지 "장애인 등 목소리 낼 수 없었던 사람들 추진력 얻어야…방치된 틈 메워질 것"

매일일보 인터뷰, 6월 대정부 질문서 '코이 이야기'로 주목 "국민 관심이 '정책·민생 국회' 위한 변화로 기억됐으면" "장애인 정책, 보건·복지 분야로 한정…이제는 바꿔야"

2023-07-24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문장원 기자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년 의정 활동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항상 있었다.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 현장에서도, 4월 당론과 반대로 간호법 제정에 찬성표를 던질 때도, 주위 관심과는 상관 없이 자리를 지켰다. 6월 대정부 질문에서 '코이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것에도 "방치된 수 많은 틈이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과 언론의 꾸준한 관심으로 메워지기를 바란다"고 밝혀, 시각 장애인 정치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이 나온다. 

김 의원은 24일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이 이야기'의 정치권 안팎 관심에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평소 공을 들인 여러 사안들이 진척이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저 1명 만의 소망이 아닌 제가 '비례해 대표하고' 있는 장애인, 약자로서 본인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분들이 늘 원해왔던 과제가 앞으로 추진력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코이 이야기'의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물고기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이 코이처럼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에 갇혀있다고 비유하며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여야 지도부도 일제히 화답하며 입법·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거대 양당이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잠시나마 여야 협치를 이뤄낸 셈이다. 큰 주목을 받았지만, '코이 이야기'는 그가 늘 하던 이야기다.

화제가 된 대정부 질문에 대해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질의로 옮긴 것이 아닌 3년 간 의정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장애인 이슈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나, 큰 사건·사고가 발생해 뉴스에 나오는 정도가 돼야만 잠깐 주목을 받고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국민 관심과 성원이 정책 국회, 민생 국회를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인 관련 정책이 보건·복지 분야로 한정돼 있는 현재 상황을 지적하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국회의원 최초로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한 점에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150여 건이 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그는 교육위원회 소관의 장애인 통합 교육,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장애인 키오스크 이용권, 국토교통위원회의 장애인 이동권, 환경노동위원회의 장애인 고용 문제 등 전 상임위원회에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슈를 보건·복지 분야로 국한되는 것을 바꿔야 한다"며 "앞으로도 보건복지위원회 뿐 아니라 다양한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장애 당사자 의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상관 없이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지금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의정 활동을 통해 실제 입법 과정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현실적 문제와 해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6월 대정부 질문에서 발언한 '코이 물고기' 이야기가 큰 울림을 줬다.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잠시나마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평소 공을 들인 여러 사안들이 진척이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여야 원내대표 모두 입법·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신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저 1명 만의 소망이 아닌 제가 '비례해 대표하고' 있는 장애인, 약자로서 본인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분들이 늘 원해왔던 과제가 앞으로 추진력을 얻기를 기대한다.

-장애인 복지를 비롯한 정책 입법 활동을 꾸준히 해 왔는데 특정 발언, 혹은 장애인의 날 등 이슈가 있을 때만 주목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6월 대정부 질문도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질의로 옮긴 것이 아닌 3년 간 의정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반영한 것이다. 장애인 이슈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나, 큰 사건·사고가 발생해 뉴스에 나오는 정도가 돼야지만 잠깐 주목을 받고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다. 방치된 수 많은 틈이 이번 대정부 질문을 계기로 정치권과 언론의 꾸준한 관심으로 메워지기를 바란다.

-최근 당 차원에서도 '장애인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 법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4월 여야 의원 51명이 공동 발의했고, 대정부 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고 법무부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 현행 장애인 복지법은 대체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학대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도모하고 법무부가 장애인 학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범죄 처벌을 담당하도록 하는 개별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제가 발의한 제정법은 학대 피해 장애인 70% 가량은 자기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보조인 제도가 있는데, 사문화된 상태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 특수 관계인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이 삭제돼 학대를 당해도 사법적으로 보호 받기가 어려워진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예외를 명시했다. 빠른 시일 내 법사위에서 논의돼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지난 의정 활동을 돌아본다면 보람을 느꼈을 때, 현실의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을 것 같다.

이전에는 국회에 대해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막상 와서 보니 본인의 전문 분야와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많다. 언론에서는 싸우고 막말하는 자극적인 모습만 조명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능하다면 저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정책 국회, 민생 국회를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계속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

지금까지 150여 건이 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분야는 교육위원회 소관의 장애인 통합 교육,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장애인 키오스크 이용권,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의 장애인 이동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의 장애인 고용 문제 등 전 상임위원회를 아우르고 있다. 장애인 이슈를 보건·복지로 국한되는 것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앞으로도 보건복지위원회 뿐 아니라 다양한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장애 당사자 의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장애인 복지 정책는 우리나라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 입장도 이해되지만, 그만큼 장애인들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항상 소외되고 열악한 처지에 놓인 장애인들의 입장, 일상에 불편함을 겪는 다른 시민들의 마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좋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동체의 약자에게 유익한 것이 결국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 상황 앞에 혼자 힘으로는 한계도 많이 느낀다. 과정이 너무 길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저보다 연륜과 경험을 겸비한 많은 분들이 조율과 소통, 공감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내견 '조이'도 큰 관심을 받았다. 조이로 인해 국민들이 안내견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확산됐다는 평가도 있다.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조이와 함께 국회에 들어오면서 안내견 역할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의미있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전히 안내견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고, 거부 사례를 신고하는 절차에서 담당 공무원분들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안내견 출입 거부는 과태료를 내게 돼 있다. 벌금으로 상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법리적으로도 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인식 개선을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해 공익 광고 등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안내견 출입 거부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 동안 복지위에서 계류 중이다. 논의 테이블에 올려주셨으면 한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의정 활동을 통해 실제 입법 과정을 경험했고, 다양한 현실적 문제와 해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실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나,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