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해 더 얇아진 유리천장…여성 경영진 입지 확대

자본시장법 시행, ESG 실현 등으로 여성 등용↑ 韓, OECD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 여전히 ‘꼴찌’

2023-07-25     민경식 기자
안정은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올 상반기에도 유통업계의 여성 인재 모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무 역량으로 인정받은 여성 임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업계 유리천장 깨기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패션, 뷰티, 식품 등 관련 기업에서 잇따라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하는 등 여성들이 기업 경영 일선에 배치되고 있다. 기업들이 여성 인재를 전면에 앞세우는 이유는 꼼꼼한 경영을 통한 위기 타파 및 새 먹거리 발굴 등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건강한 지배 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뷰티기업 에이블씨엔씨가 브랜드전략부문장 신유정 상무를 신임 대표집행위원(이하 대표)으로 발탁했다. 신 대표는 P&G(프록터앤드갬블)와 할리스F&B 등 국내외 주요 소비재 기업에서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담당해왔다. 2021년 에이블씨엔씨로 이직한 뒤 총 3개 본부(상품본부, 플랫폼본부, 마케팅본부)를 총괄하는 브랜드전략부문장을 지냈다. 내달 1일부터 새 직함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신 대표는 주력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브랜딩 강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해외 시장 성장 확대, ESG 경영 강화 등 중장기 전략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도 지난해 10월 2023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존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 리더를 내부 승진시켜 대표로 발탁했다. 1977년생인 이선정 대표는 CJ그룹 내 최연소이자 서 올리브영 사상 첫 여성 CEO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창사 이래 최초 여성 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패션 부문에는 고희진·박남영 신임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포함되면서 첫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3월 제2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정애 사장을 대표로 임명했다. 이 대표는 1963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LG그룹 공채로 첫 발을 내딛은 뒤 최초 여성 임원으로 거듭났다. 11번가도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을 첫 여성 대표로 맞이했다. 안 대표는 동덕여대 가정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야후코리아,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쿠팡 PO실장·LF e서비스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성장했다. 다만, 엔데믹 전환 이후 고물가, 소비 위축, 원부자재 상승 등 악조건이 쌓이는 만큼, 여성 임원들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8∼23일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기준치(100)보다 낮은 77로 확인됐다. 지난 18~20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1년간 국내 경기 전망’을 질문·취합한 결과,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4%,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8%, 의견 유보는 2%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20항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별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만큼 여성 임원수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법안에 처벌 조항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시대적 흐름상 기업에서도 여성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곳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기용한 기업은 151개(56.1%)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9년 말 조사 당시 258곳 중 42곳(16.3%)만 여성 임원을 선임한 것과 비교하면 109곳 늘었다. 그럼에도 국내 산업 전반에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성근로자 환경을 조사하는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인 29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부터 11년 연속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여성임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고 있다”며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서 인사 정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 여성임원들이 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도출한다면 이들의 범위와 역할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