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국내외 반대에도 사법부 권한 축소 법안 강행…"민주주의에 필요"

이스라엘 의회서 '대법원 사법 심사 권한' 박탈 법안 24일 처리 이스라엘 의료협회도 파업 선언…장-피에르 美 백악관 대변인 "유감"

2024-07-25     박성현 기자
이스라엘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놓고 국내외 반대와 우려 속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정비 법안이 의회에서 처리된 후 TV로 방영된 영상 메시지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 균형을 복원하기 위한 필요한 민주적 조치"라며 "이번 입법을 계기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는 시민 다수의 결정에 부합하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향후 사법 정비 입법에 대한 협상을 야당에 제안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어떠한 정치적 의견 충돌에서도 빗겨나 있어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고향, 하나의 민족이 있기에 우리는 이 가치들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스라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비군들이 사법 정비에 반발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를 포함한 1만 명, 정보부대 예비군 약 1000명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대법원의 사법 심사 권한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법 정리 법안을 찬성 64표, 반대 0표로 처리했다. 최종 표결을 보이콧한 야당 의원 56명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진행해 30시간 가까이 저항했지만 막지는 못했다. 사법부 권한 축소 입법에 반대해온 시민들은 의회가 있는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표결이 진행되는 상황서도 수만 명의 시민들이 의사당 밖에서 천막을 치고 밤샘 시위를 벌었다. 이스라엘 내 경제계와 의료계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사회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의료협회는 이날 25일까지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고 150여개 대형 기업과 은행 등이 참여하는 이스라엘 비즈니스 포럼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서방 각국에선 법안이 처리된 것을 놓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평생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며 "표결이 가능한 가장 적은 수의 찬성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 의회 휴회 중에도 보다 광범위한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가 향후 몇 주, 몇 달간 계속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정치적 대화를 통해 더 넓은 합의를 도출하려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의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친이스라엘 단체 중 하나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이번 입법이 현지 사회 분열을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