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 유럽 일정 취소…씁쓸한 뒷맛
방공식별구역 등 현안 복잡 이유…'명분싸움' 속 홍보 기회 걷어차
2014-12-02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지난 9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몽골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외교 결례’ 구설에 휩싸인 바 있는데, 이번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6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제20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각료이사회 참석 일정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 취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4일 출국해 OSCE 각료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윤병세 장관은 이사회 자리에서 유럽 각국의 외교 수장과 별도로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방문해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UAE 일정은 아예 취소했다.갑작스레 외교현안으로 부상한 방공식별구역 문제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유럽 외교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우리 입장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을 대신 보내기로 한 OSCE는 유럽 내 분쟁 예방과 신뢰구축, 군비통제, 선거감시 등의 활동을 하는 안보협력기구로, 윤 장관은 이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와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협력구상 등을 소개할 예정이었다.정부가 이번주 내에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방안을 서둘러 확정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교수장의 OSCE 참석이 다소 ‘한가한 일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는 하다.하지만 방공식별구역 논란이 결국 ‘명분싸움’이고,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안이 국제항공기구(ICAO)에서 배정한 항공정보구역(FIR)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윤 장관이 국제사회에 발언권이 높은 유럽 외교수장들을 모아놓고 우리 입장을 홍보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