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門 카드 빼고 다 닫았네
저축은행·보험사, 신용대출 거절에 ‘카드론’ 수요↑ 건전성·수익성 악화 우려…3분기 “대출문턱 높일 것”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카드론 등 카드사의 신규대출 규모가 대폭 늘었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비교적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카드사로 수요가 옮겨간 영향이다. 2금융권은 현재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과 연체율 악화로 대출을 꺼리고 있는데, 차주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도 지속할 전망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8752억 원) 대비 약 150%, 1분기(1조6386억 원) 대비 약 34%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7개사의 카드론 잔액도 34조8326억 원으로 작년 말(33조6404억 원), 3월 말(34조1130억 원)에 이어 계속 늘고 있다.
대출이 많아지자 연체율도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연체율은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우리카드(1.35%), 하나카드(1.14%) 등 대부분 1%대로 상승했다.
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몰리는 배경은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나머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를 우려한다.
한국은행이 204곳의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은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카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권에서 강화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저축은행 대출태도지수는 -23을 기록해 2021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수가 음(-)이면 ‘대출태도 강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완화’보다 많다는 뜻이다. 상호금융조합과 생명보험회사도 각각 -22와 -11을 기록했다. 반면 신용카드회사는 0을 기록해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출 태도를 보였다.
차주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2금융권 대출문턱이 높아지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호저축은행의 차주 신용위험지수는 36, 상호금융조합은 43, 생명보험회사가 24로 높아 신규대출을 내주기가 부담스럽다. 실제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은 작년 4분기 이후 현재 1조원대에 그친다. 2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 원으로 1분기(1조6685억 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작년 2분기(3조3733억 원)와 비교해서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험사 역시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을 제외하고는 문턱이 높아졌다. 올해 4월 기준 ‘부동산담보·신용·보험계약대출’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의 대출채권은 전년동기 대비 1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약관대출은 52조5352억 원으로 13.1% 늘었다.
취약차주들이 금리가 높은 카드론으로 몰리면서 연체율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기업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이용자 중 채무 2건 이상의 다중 채무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9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이 수월한 카드사 등으로 자금 수요가 옮겨붙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