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수출·소비·투자' 트리플 약세…대중 무역 악화일로

아시아개발은행, 한국 성장률 1.5%→1.3%로 낮춰 반도체 부진이 발목...상저하고 경기전망도 '빨간불'

2023-07-25     이광표 기자
25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민간과 정보 소비 등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줄어든 불황형흑자 영향에 겨우 받아든 성적표다. 사실상 역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지연과 반도체 부진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여전히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0.6% 성장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0.9% 성장했다. 문제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수출이 -1.8%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4.2%로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수출 감소에도 1분기 쌓아놓은 원유와 천연가스 덕에 2분기에는 수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작용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을 주도하던 민간소비도 힘을 잃었다. 1분기 0.6% 성장했던 민간소비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 여력이 줄어든데 다 5월 기상악화에 따른 대면활동까지 위축되며 2분기 -0.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정부 소비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정부소비는 -1.9%로 IMF(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분기 기록한 -2.3% 이후 최저치다. 건설투자(-0.2%)와 설비투자(-0.2%)도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 호조와 반도체 개선세로 수출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면서 "3분기에는 건강보험 지급 감소 등 정부소비의 일시적인 요인이 해소되고, 소비자심리가 긍정적인 만큼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5% 줄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부진의 여파다. 지난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1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줄었다. 수입액은 326억 달러로 28.0% 감소했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1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16억 달러 적자보다 규모는 소폭 줄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월간 기준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35.4% 급감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한 상황이다.  철강제품(-15.2%), 석유제품(-48.7%), 무선통신기기(-13.5%)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21.2% 줄었다. 지난달까지 13개월째 감소세였다. 미국(-7.3%), 유럽연합(EU·-8.3%), 베트남(-22.6%) 등도 감소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연간 누적 수출액은 3384억 달러, 수입액은 3662억 달러로 누적 무역적자는 278억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무역수지는 지난달 11억 달러 흑자로 1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예상치 1.5%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1.4%)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ADB는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대만·싱가포르보다도 낮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ADB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이라는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올해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ADB는 수출 감소와 민간소비,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1.5%로 크게 내린 뒤 올 4월까지만 해도 유지했지만 수출 회복이 더디자 다시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ADB가 제시한 1.3%는 일부 민간 기관을 제외한 국내외 주요 기관의 예측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OECD와 IMF·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 기재부와 한은은 1.4%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ADB까지 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리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까지도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수출 증감률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뒷걸음질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