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확대…50인 미만 中企 ‘한숨’
중대재해법, 내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도입…“제도 본격화” 우수 기업 모델 마련 및 확산·법률 이해도 제고 위한 교육 등 제언
2023-07-26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다가오는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대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 내년 신규 적용되는 사업체 수는 약 66만개소에 이른다. 전북 소재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A씨는 “당장 수개월 후 본격적으로 법이 도입되는데, 마땅히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막막하다”라며 “법 체계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것이 법률에 위배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해당 법률은 내년 1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법안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 가 발생하는 경우, 형사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법인이나 기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산업재해에 관해 처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안이 입안됐다는 평이 나온다. 법안 자체가 엄격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만큼, 그간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견을 표출하며 대립해왔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을 위한 법률적 근거 마련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누락됐던 처벌조항·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 의무 적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해당 법률이 △과도한 처벌 규정으로 인한 경영자의 경영 심리 위축 △기존 산안법과 중복되는 이중처벌 문제 △애매모호한 일부 조항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같은 갈등 가운데 당장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받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기초적인 법률적 이해에 도달하지 못해 혼선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법률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를 위한 전문 인력 배치와 전담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안전 보건 전문인력 배치(32.8%)’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안전 보건 전담조직 구성·운영(26.4%), 안전보건 예산 편성·집행(25.2%) 등도 꼽혔다.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 및 재정난이 실효적인 법 도입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및 가이드라인 등을 제작·배포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단체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가 임박한 가운데, 경영계 역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실효적인 법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우수 모델’을 만드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노총 등 일부 노동단체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안전보건 혁신사업’ 등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이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우수 모델을 제시·지원하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지만, 현실적인 제약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보건 전문인력 채용과 배치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법률 이해를 위한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등의 과정이 충분히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1년 유예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