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VB發 금융위기’ 후유증…韓 벤처‧스타트업 신용경색 심화
금융권 신뢰도 하락으로 투자 심리 위축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저조 우려
2023-07-26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국내 벤처‧스타트업에도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SVB 파산으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 위기까지 몰렸고, 5월에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결국 파산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당장 한국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MG새마을금고 대란 등 국내 금융권 불안정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벤처‧스타트업이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SVB 파산 당시, 국내 금융기관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국채를 장기적으로 갖고 수익을 내려 했던 SVB의 독특한 수익 포트폴리오와 일반적인 금융기관은 자산, 부채 구조가 상이하다. 대부분의 은행은 기업에게 투자를 하고, 기업이 이익을 내면 수익을 얻는다. 여러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이자 잔치’를 벌일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국내 금융권 시스템상 SVB 같은 문제가 터질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VB 파산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여파를 살피는 것보단, 금융권 전체의 신뢰도 하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금융센터는 "SVB와 비슷한 입장인 중소은행의 경우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리먼사태가 확산한 데는 취약한 재무상황뿐 아니라 신뢰의 위기도 변수로 작용했다"고 경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은행의 신뢰도를 증명했던 ‘신용등급 평가’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금융권 전체의 신뢰도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 지목했다. 실제로 파산 전 신용등급이 A3였던 SVB가 일주일만에 C, ‘불량’ 수준까지 추락했다. 투자가 활발한 은행의 자금 지급 이행 가능성 여부를 신용등급으로도 판별하기 어려운 이상,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권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투자 시장에 냉기가 돌 수 밖에 없다. 은행의 파산은 보통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준다. 실제 SVB 파산 여파로 일선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퍼스트리퍼블릭은행 62%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47% △팩웨스트 뱅코프는 21%)했다.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이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의 경우,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당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소홀함이 드러났다. 금융기업의 자산건전성을 보장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만큼, 고객들은 언제든지 은행의 파산을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K제약사 경영부서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대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받는 쪽도 은행에 돈을 맡기는게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경영으로 애꿎은 고객들만 사업 자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가뜩이나 투자가 얼어붙은 시기인데, 은행의 자금 지급 이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 하반기 투자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