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오너가, 잇따라 자사주 매입…뒷배경 ‘주목’

‘세대교체 밑작업 및 지배력 강화 일환’ 시각 우세 사조‧한화갤러리아‧동원 등 2, 3세 경영 보폭 확대

2023-07-27     김민주 기자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 오너일가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이는 세대교체를 위한 2, 3세 승계 작업의 일종이자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27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회장은 사조대림 주식 14만주를 주당 2만4700원에 인수했다. 전체 매입가는 34억5800만원에 달한다. 이번 매입을 통해 주 부회장이 보유한 사조대림 지분율은 종전 0.03%에서 1.56%로 늘었다. 앞서 주 부회장은 그룹 내 입지를 속도감 있게 확대해왔다. 주 부회장은 2015년 3월 사조대림과 사조 씨푸드, 사조해표, 사조오양 등 4개 상장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합류했다. 2016년 사조그룹은 당시 식품총괄본부장이던 주 부회장을 사조해표 상무이사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경영승계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엔 식품총괄본부장(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지난 3월 한화갤러리아 법인 독립 후부터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4월에 1회, 5월에 5회, 6월에 4회 등 두 달 간 총 11회에 거쳐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매입했다. 이달 들어선 지난 11일에 이어, 2주 만인 지난 25일 한화갤러리아 주식 3만5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번 취득가는 주당 1342원, 총 매입액은 4697만원이다. 김 본부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0.30%이며, 한화(36.15%), 한화솔루션(1.37%)와 함께 3대 주주다. 지난 11일엔 보통주 3만5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인접한 서울 압구정동에 땅을 사들이고, 첫 자체 주도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를 성공적으로 국내 론칭하는 등 유통부문 경영활동 전면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영 능력을 입증해, 향후 승계 작업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콜마그룹 오너 2세’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19~21일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1만8683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1만2986~1만3166원이다. 19일 회사 주식 4537주를 주당 1만2986원에 샀으며, 20일엔 8146주를 주당 1만3111원에 매입했다. 21일엔 6000주를 주당 1만3166원에 사들였다. 윤 부회장이 보유한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은 종전 29.21%에서 29.31%로 증가했다.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으로, 2019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호랑, 김도한, 김중한 등 동원산업 최대주주의 친인척들은 올해 들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들이 장내 매수를 통해 보유한 총 주식 수는 각각 김호랑씨 8만2030주, 김중한씨 1만6443주, 김도한씨 2만8697주다. 동원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상장 3사의 최고 경영진도 지난 18일까지 각각 자사 주식 총 81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총 매입금은 2억8000만원 규모다. 동원그룹 경영진의 대규모 자사 주식 매입은 지난 10일 동원산업 자사주 매입에 이어 이달만 두 번째다. 이번 자사 주식 매입을 포함해 이달 들어 그룹 최고 경영진이 사들인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상장 3사의 자사 주식은 총 1만1400주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4억1000만원에 육박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매입한다는 것은 지배구조 강화 목적성이 짙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수는 책임경영 강화를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오너십을 발휘하고, 2, 3세 영건(young gun)들의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