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피해 확산 속도 못 따라가는 특별법, 보완점은

"구제책 아닌, 지원책… 피해 절차 간소화해야" 하반기 빌라-오피스텔 전세사고 심화 우려돼

2023-07-30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으나, 구제받는 피해자보다는 특별법 혜택을 못 보는 피해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반기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역전세난 확대로 전세사기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보완하고 에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손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부동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하고, 지난 26일까지 4차례를 심사를 거쳐 총 1901건의 피해자 결정을 가결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특별법 대상이 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별로 없다. 경매 우선 매수권을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토로하는 중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적용 여부가 결정되려면 최대 60일이 소요돼, 피해자들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 모든 피해자가 법 적용을 받을 순 없는 것이 불법 건축물 등으로 확정일자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자로 인정돼 특별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보증금을 언제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당초 정부는 보증금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을 거부하고, 세입자들의 주거안정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피해 현황에 대한 면밀한 접근 없이 법 발표를 서두르며 구제와 피해 예방을 모두 놓쳤다고 말한다. 안상미 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시간을 벌어 안도하고 있을 따름이지 그 다음 스텝을 전혀 밟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의 이야기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특별법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피해자 결정 기일을 단축하고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청하는 중이다. 야당이 특별법의 핵심으로 주장했던 '선(先)보상 후(後)구상'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재만 대전환포럼 주거복지위원장은 "금융기관이 선순위 부실 채권을 할인 매입하고, 경매권 실행 유예로 계속 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사기 피해자를 국가가 구제하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예산과 인력 문제도 현실적인 난점으로 꼽힌다. 전세사기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공기업 관계자들은 “워낙 사기 유형 다양해 피해입증이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형평성 문제도 있고 돈으로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는 대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대규모 전세사기의 배경으로 작용한 역(逆)전세난이 하반기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전세사고가 빗발쳤던 빌라와 오피스텔은 기피 대상에 오르며,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기존 피해자 구제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피해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하반기 전세시장은 고가 전세시장과 저가 전세시장으로 나눌 수 있겠다"면서 "찾는 사람이 없는 저가 시장은 우햐항하면서, 보증부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상반기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비아파트 유형의 전세거래 비중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구제책이 없다면 피해 예방책이라도 내놓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확대하고, 보증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결국은 시장 가격에 의지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향후 전셋값이 또 다시 하락학 경우, 또 다시 정부가 임대인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세입자가 인질로 잡혀 있으니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예방 대책이라도 제대로 나와야 할 것인데 지금은 흐지부지 넘어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