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산업, 하반기 기관차처럼 질주하길
2024-07-30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한국 주력 사업이 살아날 조짐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재고는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도 5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재고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출하가 늘면서 전월보다 6.2% 줄었다. 이는 197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의 감소다.
반도체 출하는 6월 반도체 수출 실적 개선에 따라 41.1% 급증, 재고가 12.3% 감소했다. 같은 달 반도체 수출액은 89억달러로 연중 최대 규모를 찍었다. 실제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 2분기 말을 기점으로 재고 감소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감산 영향으로 D램,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지난 5월 정점을 찍고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며 "(고객사인) PC·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재고 조정도 상당 수준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반도체 업황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도 올 하반기 메모리 업황 전망에 대해 인공 지능(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올 하반기 주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와 메모리 고용량 증가 영향으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디스플레이도 올 하반기 수요 증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출시에 따른 신제품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OLED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4분기에는 적자 고리를 끊어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소비 회복세도 고무적이다. 6월 산업활동동향조사에서 민간소비는 전월보다 1% 늘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는 4.7% 급증했다. 소비 심리 회복이 보다 유의미하게 진행된다면 하반기 경기 반등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경기 저점'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 수요 둔화 압력, 더딘 중국 경기 회복 등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은 핵심 사업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내년 투자 규모 확대를 시사하는 등 '업턴(경기 반등)'에 철저한 대비를 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들의 노력이 힘찬 기관차처럼 한국 경제를 새롭게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