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조달비용 느는데 수수료 깎이고… 하반기도 ‘어닝쇼크 예약’

5대 카드사 상반기 순이익 전년대비 20% 넘게 감소 연체율 상승에 대손비용 부담까지...불확실성 지속

2024-07-31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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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카드업계에서 곡소리가 들려온다. 연체율은 뛰고 조달금리 상승에 상반기 실적은 직격탄을 맞았다. 5개 주요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줄었다.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여신금융전문채(여전채) 금리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경기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출 이용자들의 연체도 늘어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탓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높은 시장금리에 조달비용 압박이 유지될 공산이 높고 대손 관련 불확실성도 지속될 거로 보여서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실적이 공개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주요 5개 카드사는 올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총 9549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1조2270억원과 비교하면 22.2%(2721억원) 감소한 규모다. 5개사 중 한 곳도 순이익을 늘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127억원)보다 23.2%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906억원으로 전년동기(3159억원) 대비 8% 줄며 그나마 선방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929억원, 8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1.5%, 38.7%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8.8% 감소한 726억원이었다.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상위권, 중하위권 할 것 없이 20~40%가량 순익이 줄었다.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은 조달금리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에서 여전채 AA+ 3년물 민평(채권평가사 평균)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4.292%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2% 중반대였다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작년 10~11월 중 6%대로 급등했고, 올해 3월 중순 3%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4%대에 진입한 것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60~70%를 여전채로 조달한다. 조달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체율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0%대였던 연체율은 올해 속속 1%대로 진입했다. 신한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0.92%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3%로 상승했다. 삼성카드(0.6%→1.1%), KB국민카드(0.78→1.16%), 우리카드(0.80%→1.16%), 하나카드(0.79→1.48%)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결과 이들 5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은 올 상반기 1조51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090억원)와 비교해 66.2% 늘었다.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의 경영 여건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종 대출 규제 및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도 당국의 제지로 위축됐고,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일찌감치 수익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의 채권 매도 사태, 카드사들의 채권 발행 증가 등으로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재확산, 다시 위축된 소비 심리 등으로 신용판매(신판) 매출 확대가 기대만큼 어려울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021년 2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기준치(100) 밑으로 떨어졌다. 96.4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낮아지면 소비 심리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온·오프라인 간편결제사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이들 간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간편결제사를 통한 결제가 늘어날수록 카드사들은 이들에게 추가적으로 물어야 할 수수료(비용)가 늘어난다. 카드사들은 또 오는 9월 소상공인 대상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하반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 보다 내실 강화를 위해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실적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 소비 위축에 대한 염려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와 직결된 적격비용 산정 주기와 관련한 발표도 3분기에 앞두고 있다"면서도 "일부사는 2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나아진 만큼 거리두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