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본토 겨냥', 러시아 '핵' 언급···출구 안보이는 우-러 전쟁

500일 넘긴 양국 전쟁, '강경 발언'에 종전 요원 젤렌스키 "전쟁, 러시아 영토로 돌아가는 중" 푸틴 최측근 "러시아 점령된다면 핵 사용 외 방법 없어"

2024-08-01     이태훈 기자
볼로디미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연일 터져나오는 강경 발언으로 국제사회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침공'을,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며 종전 출구 찾기는 더욱 요원해진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야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전쟁은 점차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사기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무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시내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러시아 본토에 대한 산발적인 공격은 있어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언급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러시아 본토 타격' 언급은 전쟁을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실제로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방송 출연 중 모스크바 드론 공습을 언급하며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러시아 측에선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맞받아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타스 통신'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출구는 전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만일 우크라이나 '반데로프주의자(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자를 통칭)'들의 공격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으로 성공해 그들이 우리 땅의 일부를 점령했다고 상상해 보라"며 "그러면 우리는 대통령령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대통령령은 지난 2020년 6월 발령된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요강'으로, 러시아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공격 등이 있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해 왔다. 이런 강경 발언이 이어짐에 따라 양국이 종전이라는 '출구'를 찾는 상황은 더욱 멀어진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이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종전에 걸림돌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양국의 전쟁은 5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에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항으로 채워진 '평화공식'을 제안할 것으로 복수 외신은 관측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