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플법 추진 향방은…업계 긴장 여전
정부, 법안 제정 대신 자율 규제 노선 선회 온플법 제정 시 사회적 손실 약 31조 예상
2023-08-01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남용행위 방지법(온플법) 등 플랫폼 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정부가 법안 제정 대신 자율 규제 노선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기업들도 이러한 소강 국면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향방에 긴장의 끈을 여전히 바짝 조이는 모양새다. 기업 입장에선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규제’ 폐지를 지시한 후 국무조정실이 ‘킬러 규제’ 개선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플법 제정 대신 자율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을 묻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플랫폼 시장의 갑을 분야에 대해서는 법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보다는 우선 시장 중심의 자율규제 도입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을 비롯한 플랫폼 업계는 정부의 자율 규제 방침에 안도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해 정치권의 온플법 추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플법 관련 법안만 18건이다. 지난해 일어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규제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주요 골자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 방지다. 대형 플랫폼의 시장 독점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축할 뿐만 아니라 고스란히 소비자 불편으로 귀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마녀사냥식’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성장동력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현상, M&A 추진 난항 등의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온플법 제정 시 입점업체 측이 부담하는 사회적 손실은 약 31조원으로 추정된다. 고용 감소도 약 22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규제 대상이 주로 매출, 판매액 등을 근거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즉 세부적으로 현실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작 빅테크 규제 트렌드를 주도했던 미국조차도 플랫폼 규제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다. 미국 의회는 계류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입법을 폐기한 바 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플랫폼은 양적 성장을 먼저 하고 이후 질적 성장을 하는 형태를 띄고 있어, 온플법을 온전히 적용하면 실제로는 적자인 스타트업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