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는 빨랐고 개정은 느렸다”…시대착오적 규제 유통법, 부작용 속출

‘상생입법’ 부작용…대형마트 전통시장 모두 위축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후 200곳 전통시장 감소

2023-08-01     강소슬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이하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빨랐던 규제와는 다르게 개정은 지지부진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2012년부터 실시해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제를 활용해 엉뚱한 제삼자가 이익을 누리게 됐고,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전통시장에는 수혜가 돌아가지 않았다. 통계청·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시행된 2013년에서 2022년까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온라인의 매출액(온라인은 거래액)을 각각 추적 조사한 결과 2013년 매출 33조9000억원을 달성한 대형마트는 지난해 매출 3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지난 10년여년간 매출액 성장은 거의 늘지 않았다. 동기간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2곳에서 지난해 1300곳까지 200곳 넘게 사라졌다. 영업 점포 수는 2013년 21만개에서 2021년 18만개로 급감했다.  전통시장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예산 투입이 없으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온라인상품권 등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입했다. 규제에 묶여 대형마트가 주춤하는 사이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식자재마트와 이커머스가 반사이익을 얻어 몸집을 불렸다. 식자재마트라 불리는 중대형 슈퍼마켓은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도 없고 출점 제한도 받지 않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특히 주력 판매 상품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과 같은 농축수산물이라 할인 공세를 펼치면 경쟁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3000㎡ 이상의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식자재마트는 3000㎡를 넘지 않는 공간으로 출점해 대형마트 기준을 비껴가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7년 만에 매출 규모만 4배 이상 늘린 곳이 나오고 있으며, 이커머스도 2013년 38조5000억원에 그치던 거래액이 지난해 209조9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형마트의 휴일 의무휴업은 전통시장을 살리지 못한 실패한 법이다”라며 “부작용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데 유통산업발전법은 2020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개정이 되지 않고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현실에 맞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