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 사각지대 속 몸집 불리는 ‘식자재마트’, 전통시장과 마찰음 심화
3000㎥ 미만‧개인 사업장 등…유통산업발전법 법망 피해 고속성장 전통시장‧대형마트 성장 정체기 속…식자재마트‧이커머스 반사이익
2024-08-01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규제 사각지대 속 ‘식자재마트’가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음식료품을 주로 취급하는 중형 유통매장이다. 가정용 식자재와 생활용품까지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중·대형마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면적이 1000㎥ 이상 3000㎥ 미만이고 대형 할인점 계열사가 아니어서, 유통산업발전법의 족쇄로부터 자유롭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3000㎥ 이상 규모 대형마트의 입점을 제한한다. 주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코스트코·익스프레스·노브랜드 등 대형마트를 타깃으로 한다.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빠르게 급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의무휴업도 없고 출점 제한도 받지 않아 유통산업발전법의 허점이 키운 새로운 포식자란 지적이 따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통시장, 소상공인 밀집지역 등에 식자재마트 신설이 늘며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엔 한 업체가 밀양버스터미널 맞은편 밀양시 내이동 옛 영남병원 자리에 연면적 1938㎡ 규모 식자재마트 건축 허가를 밀양시에 신청해, 주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통계청 등의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실시된 지난 10년간 유통시장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 중 전통시장의 점유율은 2013년 14.3%에서 2020년 9.5%까지 하락했다. 국내 전체 전통시장 점포수는 2013년 21만개에서 2020년 20.7만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점유율도 21.7%에서 12.8%로 줄었다. 이 틈을 비집고 식자재마트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실제로 장보고식자재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억3496만원, 매출은 4438억1913만원이다. 의무휴업이 도입된 2013년도 영업익 13억2141만원, 매출 1576억5476만원과 비교했을 때 각각 250.7%, 181.5%씩 성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한국유통학회 등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서 대형마트 규제로 수혜를 보는 업태로는 절반이 넘는 58.3%가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이어 식자재마트·중규모 슈퍼마켓(30.6%), 편의점(4.6%) 순이었다. 식자재마트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일고 있다. 경남 밀양시의회는 지난 6월 7일 제244회 정례회 1차 본회의를 열어 대형식자재마트 입점을 막고자 정희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골목상권 보호와 지역 유통 산업의 상생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건의문’을 시의원 13명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앞서 밀양시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5월 31일 식자재마트 입점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일각에선 중대형 유통까지 제도의 틀에 가두는 것은 과잉 규제이며, 중대형 규모의 식자재마트 활성화에 따른 가격 경쟁이 소비자에겐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가는 긍정적 효과를 파생할 수 있단 우호론도 존재한다. 식자재마트 관계자는 “식자재마트에 대한 업계 안팎의 경계는 대형마트를 향하던 시각과 닮아있지만, 자본‧인프라‧운영목적 등에 있어 대형마트와 결을 달리한다”며 “식자재마트는 주요 고객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인 만큼 이들과의 상생을 위한 자체적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