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투자심리 이상과열… 차익실현 매물 출회 땐 큰 손실
"나혼자 벼락거지" 공포감에 '광기' 뒤집어쓴 투심 확산 고점이냐 아니냐 갑론을박…전문가들 "당분간 관망이 답"
2024-08-0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차전지주 열풍이 국내 증시를 강타하며 '광기의 K-증시'라는 표현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주식 토론방은 광기의 투자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에코프로'로 촉발된 2차전지주 열풍이 거래대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증시를 출렁이게 했는데 특정 종목의 주가 그래프 기울기가 수직에 달할 정도로 급등락하는 기현상도 같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코인보다 변동세가 심하다"는 자조섞인 평가까지 나온다. 최근엔 주춤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다시 폭등하고 있다. 오는 8월 11일 MSCI한국지수 종목 변경을 앞두고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편입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신규 자금 유입 기대와 과열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 2차전지 종목들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1일 에코프로는 9.33% 오른 120만7000원에 마감했다. 무려 2거래일간 22.5% 오르며 지난 26~27일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날 에코프로비엠(2.82%), POSCO홀딩스(3.72%), 포스코퓨처엠(3.33%) 등도 강세를 보였다. 금양은 18.64% 오르며 종가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26~27일 급락세를 되돌리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주가를 견인하는 힘은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다. 에코프로는 8월 11일 MSCI한국지수 편입이 유력하다.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패시브 자금이 물량을 받아줄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정점을 찍은건 지난달 26일이었다.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40% 안팎의 급등락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특정 종목 하나의 사정이 아니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관련주 전반이 한 때 폭등했다가 단체로 폭락했다. 과거 급등한 종목이 하루아침에 하한가를 보인 전례는 있지만, 이처럼 특정 테마에 속한 종목 다수가 30% 이상 변동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2차전지주 폭락의 근본 원인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 꼽힌다. 주가의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PER 지표를 보면, 전날 포스코퓨처엠 380배, 에코프로비엠 170배, 에코프로 90배, POSCO홀딩스 26배 수준이었다. 특히 에코프로의 경우 일부 증권사가 지난 4월 40만원대 목표 주가로 '매도' 의견을 제시한 이후 현재까지 관련 리포트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증권가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주가 끝없는 질주를 한 데에는 개미들의 '귀환'이 있었다. 너도나도 2차전지 테마에 올라탔고 '숏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주가를 더욱 끌어올렸다. '숏스퀴즈'란 주가하락을 기대했던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상승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 빠르게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여기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추가로 주식을 사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문제는 언젠가는 차익실현을 위해 팔아야하는 순간이 온다는 점이다. 개인이 물량을 털어야 시기에 이를 받아줄 주체가 없다면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끼리 눈치 게임 속 '폭탄 돌리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6일부터 이어진 2차전지주 추락세도 큰손 투자자의 차익 실현을 따라 우르르 '팔자'로 돌아섰던 영향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2차전지주의 '고점'이 어딘지를 두고서 투자자 사이 논쟁은 분분하다. 그래서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동안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많이 발생했지만 연이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공매도 신규 진입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8월 주식시장도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가질 수 있어, 단기 수급을 따라가기보다 차분히 산업과 기업의 펀더멘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MSCI지수 종목 변경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신규 자금 유입, 차익 실현, 공매도가 뒤엉키면서 2차전지 종목들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