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4조 만기인데… H지수 ELS 손실주의보

H지수 2021년 2월(1만2106) 이후 계속 하락 “2021년 1~2월 발행 물량 원금 손실 우려 높아”

2024-08-01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상품은 40% 가까이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14조원 규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만기도래액은 내년 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는 보통 3년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 중 50개의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지난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6854 수준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돌파한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월 7700대에서 최근 6900선까지 내려왔다. 고점일 때 홍콩H지수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ELS를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한다. ELS는 추종하는 자산이 만기 시 특정 구간(녹인)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당초 약정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녹인 구간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45~65%으로 설정돼 있다. ELS 출시 당시 기초자산 가격이 45% 이상 하락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상품에서 지난달 40억3000만원 규모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과 비교한 손실률은 39.1% 수준이다. 가입 당시 홍콩H지수는 1만1000선을 넘었으나 지난 7월 6000선대로 떨어지면서 손실을 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2년 6개월로 다른 은행 ELS보다 6개월 짧아서 만기 도래가 빨랐다”고 말했다. 대부분 투자 시점 대비 지수가 60%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한다. 문제는 2021년 1~2월 H지수가 고점을 찍을 당시 발행된 3조원 물량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3~4월 이후 발행된 물량들은 당시 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만기 도래 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덜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 연구원은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로 하반기 중국 증시에 대해서 긍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7월 중 홍콩H증시가 강하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3분기 홍콩H증시 관련 조기상환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해지를 할 수는 있지만 마이너스 페널티(평가금액의 5%가량)가 적용된다”며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므로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홍콩H지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