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산업계 "덩치는 커지는데 수출 금융 지원은 부실" 토로

"정권 바뀌면 물량 축소 우려…인·허가 절차 번거로워" "15조 수준 수은 법정 자본금, 30조로 2배 확대 필요성"

2024-08-01     박규빈 기자
현대로템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해외로의 대규모 수출 성과를 연달아 내고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의 현행 여건상 수출 금융 지원의 한계가 뒤따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꾸준이 제기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평이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7월 27일 1차 한국산 무기 치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980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670문 △FA-50 48대 등 총 17조4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계약 건과 관련, 폴란드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2조원에 달하는 수출 금융 지원을 받고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무기 도입국은 모자란 재원 마련을 위해 수출국으로부터 재무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이 15조원에 묶여있어 앞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수은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6조원 씩 분할해 폴란드향 방산 물자 수출 지원에 나서기로 해 급한 불은 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와의 2차 계약까지 이뤄질 경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폴란드 정부가 20조원을 추가로 대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방산업계는 수은이 보증할 수 있는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어렵사리 따낸 수주 물량을 여러 번 나눠서 계약을 하는 등 인·허가 절차가 번거로워지고, 결정적으로 수출 물량 축소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국내 방산업계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180대씩 나눠서 폴란드로 수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철강업계도 보증을 서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어 수출입은행 측이 방산 분야에만 정책 자금을 집중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수은의 자본금 한도는 1차 계약 지원을 끝으로 14조8000억원 수준으로, 소진율이 98.5%다.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현행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같은 차주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를 시행령을 통해 40~50% 수준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외화 여신 비중이 큰 수은의 자기 자본(BIS) 비율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전반에서는 수은의 법정 자본금을 적극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7일 수은의 법정 자본금을 30조원으로 확대함을 골자로 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외 정책 금융 수요에 대해 적기에 대응해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고,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함이라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최근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금융 지원이 필요해 민간 금융 기관 참여가 어려운 방산·원전과 같은 산업에서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와 같은 국가 전략·신성장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 아라비아 네옴 시티 건설 사업이나 중동 에너지 개발 사업 등 해외 각지의 대형 인프라 사업이 예정된 상황에서 적기에 충분한 금융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획재정부도 여당의 움직임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한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수은이 활동하려면 자본금 한도를 늘리고 추가적 재원 투입도 조만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국무역보험학회는 단순히 정부가 상업 금융 기관에 금융 지원을 독려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확실한 공익 목표를 제시하고, 저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공적 수출 신용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일반 시중 상업 은행들의 수출 금융 지원의 자생적 발전을 바랄 것은 아니고, 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정책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학회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방산 수출 관련 대금 결제 방법이나 수출 금융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가 향후 방산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 방향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며  "정부는 정책 수립과 외교·안보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정책 금융 기관의 지원을 융합시킬 때 방산 수출 산업이 기대하는 신 성장 동력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