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방공식별구역’ 논란에 묻힌 ‘북핵’
美바이든 아시아 순방 주요 예상 의제 모두 매몰
2014-12-05 장야곱 기자
[매일일보]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아시아 순방 주요 의제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완전히 뒤덮여 버렸다. 순방일정을 발표하던 한 달 전 최대 이슈였던 북핵문제는 거의 대외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고, 미중간 경제협력 이슈도 화젯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5일 이번 순방의 종착지인 한국에 도착한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회담을 했고, 4일 중국으로 이동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으며 2박3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주한미군 장병을 격려할 계획이다.오바마행정부가 대외적으로 천명한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ward Asia)’의 일환에서 기획된 이번 순방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3국 지도자를 만나 외교, 경제, 안보 분야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논할 계획이었다.그는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사실상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무역 현안과 사이버 안보, 인권 문제 그리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주변 6자회담 재개 문제 등 양국 공동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계획이었다.그러나 순방 일정 시작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 중국의 CADIZ 확대 일방 선포는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회담 자리에서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가기는 했지만 조야의 관심이 모두 CADIZ 한 가지에 쏠렸기 때문이다.미국 대외정책의 기본은 ‘현상유지’ 원칙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바이든 부통령은 4일 시 주석과 회담에서 CADIZ 확대에 대한 미국의 문제의식을 전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도 못했다.시 주석이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반박했고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당초 논의하려고 했던 경제 이슈나 북핵 문제 등의 이슈를 이야기할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백악관 관계자 등의 전언이다.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 내용을 잘 아는 관리를 인용해 “두 지도자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CADIZ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담 기간 내내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한편 바이든 부통령은 주중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청소년에게 언뜻 ‘내란선동’으로 보일 위험성까지 안고 있는 아슬아슬한 발언을 건네 눈길을 끌기도 했다.“미국 어린이는 기존 체제에 도전할 때 처벌이 아니라 칭찬을 받는다”고 언급한 바이든 부통령은 “혁신은 자유롭게 숨 쉴 때, 정부나 종교지도자에게 도전할 때 가능하다는 걸 배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