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질병’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 정부 개입이 답인가
송출 수수료 65.7%까지 크게 치솟아 홈쇼핑·유료방송사업자 간 이견차 여전
2023-08-02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이해관계자들이 엉킨 갈등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왔음에도 실효성이 미비해 정부,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적극 나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2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채널 및 티커머스 5개 채널이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2조4148억원이다. 동기간 방송 사업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65.7%까지 증가했다. 송출 수수료는 쉽게 말해 ‘채널 자릿세’와 같은 개념이다. 이런 부담에 더해 미디어 환경 변화로 TV 시청자 수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1분기 주요 홈쇼핑 4사(롯데·CJ·GS·현대) 홈쇼핑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 급감한 710억원을 나타냈다. 업계에선 탈TV 기조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 매출액 비중이 전체 중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 관련 비중은 2020년(52.4%), 2021년(51.4%), 2022년(49.4%)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를 맞아 업체마다 상품경쟁력 강화 등 차별화 전략으로 반등을 모색하겠지만, 업황 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TV 홈쇼핑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해묵은 송출수수료 문제에 공적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의 조정자 역할을 기대하지만, 방송 사업자는 이해관계자간 자율 협상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가 한차례 송출수수료 관련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달 12일 국민의힘 김영식 국회의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업계간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간담회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논의하고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 간 상생할 수 있는 방책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홈쇼핑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모두 정부의 승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자로 송출수수료 관련 사적자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의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경 한국IPTV협회 센터장은 “이미 TV홈쇼핑에서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어 또다른 규제 도입은 사업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홈쇼핑·유료 방송 사업자·정부가 참여하는 ‘홈쇼핑 방송 발전 협의체’(가칭)를 마련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보완하고 분쟁 조정에 노력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업계가 공생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 간의 입장차를 고려할 때, 협상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위해 어느정도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