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품업계, 정부압박에 투항…시장 혼탁‧N차 나비효과 ‘우려’
외식‧편의점업계 가격 인하 동참…인상 요인은 여전히 산적 정부 개입에 의한 가격 조정 한계점 존재…‘포퓰리즘’ 비판도
2023-08-02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투항(投降)했다. 서민 일상과 밀접하다는 특성상, 정부의 대대적인 물가 안정 작업의 주요 타깃이 된 모습이다.
앞서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물가안정 간담회’ 후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이 잇따라 가격 인상안을 보류한 바 있다. 지난 6월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나서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을 필두로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이 줄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라면업계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움직임이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에 따른 N차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제과‧음료 등 식품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와 편의점 등 유통가 전반에 가격 인하 및 인상 유예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金)치킨’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프랜차이즈 본부의 필수품목 지정 및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는데, 올해는 ‘차액가맹금 과다 수취’ 문제가 제기되는 치킨업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통일성·상품 동일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품목은 가맹본부를 통해 구입하도록 가맹점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가맹본부가 받는 일종의 유통마진이 차액가맹금이다. 국내 주요 닭고기 공급업체 하림가 오는 21일 주차부터 8주간 총 240만개를 수입하여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며 치킨 가격 인하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림은 미국(또는 EU)에서 주간 30만개 종란 수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3일 계열화사업자 10여곳과 축산정책관, 축산경영과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닭고기 공급확대를 위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진행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업계는 자체 브랜드(PB) 일부 상품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기로 했다. CU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고자 유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PB 상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CU의 통합 PB 브랜드 ‘헤이루’ 스낵 3종과 우유 2종으로, 지난달 1일부터 100원씩 가격을 내렸다. 세븐일레븐도 PB ‘세븐셀렉트’ 과자 2종과 음료 2종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다. 세븐셀렉트 동원참치라면과 매운맛양념육포, 우리맛밤 등 PB 상품 9종은 중소 파트너사가 납품가를 인상했음에도 판매가는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마트24는 PB 생수 1종과 페트커피 4종, 우유 1종 등의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편의점업체들의 가격 인하는 중소 납품처 공급가 조정 없이 자체 마진을 축소해 이뤄졌다. 가격 인상 요인은 여전하기에,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소비자에게 더 큰 가격 부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이 닫히자,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식품산업계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 까진 다양한 이해관계 및 유통절차 등이 반영된단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는 곡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방식의 정부 개입은 시장자유를 무시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 및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의 직간접적 개입과 압박에 의한 보여주기식 가격 조정은 한계점이 존재한다”며 “주요 원재료 외 각종 경영제반 비용이 지속 상승하고 있어, 인상 요인은 여전히 산적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