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들 기관대출 허용 지연에 생사기로

온투업계 수익 회복 ‘안간힘’…연체율 고개 들어 라이선스 반납 행렬…금융당국 ‘뒷짐’에 볼멘소리

2023-08-02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온투업(P2P금융, 온라인투자연계금융)계가 기관대출 허용 지연에 생사기로에 섰다. 온투업체를 찾는 대출 차주의 발길이 뜸해면서 시장 상황은 잔뜩 위축됐다.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1금융과 2금융 사이 금융기관 역할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기관대출 논의가 멈추면서 온투업계의 수익 창출 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거북이’ 행정이 업계를 옥죄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온투업체에 기관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기관대출을 허용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업계는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혁신과와 중소과 사이에서 의견이 갈라지면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온투업은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투자연계 금융이다. 온라인 상에서 투자자에게 모은 돈을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준다. 투자자는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 수취권을 갖는다. 금리는 연 10~15% 수준이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높고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보다는 낮다. 차입자는 비대면으로 중금리 대출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고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다양한 상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수익률도 높다. 온투업체 출범부터 시장에서 1.5금융으로서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이유다. 해외에서는 온투업 진입이 국내에 비해 자유롭고 성공사례가 많다.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 대출 마켓플레이스 ‘업스타트 홀딩스(Upstart Holdings Inc.)’는 2020년 상장에 성공, 주가가 초창기 10배 넘게 뛰기도 했다. 세계 최초 P2P 금융 기업 ‘조파(ZOPA)’는 지난 2018년 말 은행업 인가를 받기도 했다. 해외 사례가 무색하게 국내 온투업 시장은 꽉 막혀있다. 기관(저축은행)대출과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기관투자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저축은행 직접적인 대출 심사, 추심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보완책을 들고 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온투업체의 직접 추심이나 충당금 적립 등과 별개로 저축은행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업체 참여에 대해선 제동을 건 셈이다. 온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당국에서 업체 간 의견을 모아오라고 했지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논의가 어려운 답답한 상황”이라며 “기관대출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라이선스 반납 업체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온투업계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상위 7개사는 한 곳을 빼고 모두 적자다. 피플펀드는 지난해 336억7000만원 순손실을 기록, 전년에 비해 손실규모가 101억2000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투게더앱스의 손실 규모는 88조8000억원에서 29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비용을 절반으로 축소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8퍼센트는 32억5000만원에서 86억7000만원으로 손실이 불었다. 프로핏은 지난해 1억5000만원 순이익을 기록, 전년에 비해 순이익이 12억8000만원 줄었다. 어니스트펀드는 일 년 새 적자 전환해 113억1000만원 손실을 냈다.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의 순손실은 30억2000만원으로 2021년에 비해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불었다. NICE비즈니스플랫폼도 25억1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규 대출 중단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 신용대출 전문업체 캠퍼스펀드는 지난달 5일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6월 말 공공기관 매출채권 전문 플랫폼인 비드펀딩은 문을 닫았다. 작년 10월 말 부동산 담보대출을 전문 그래프펀딩은 신규투자자 모집과 대출상품 출시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