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MB 잔재 청산’ 가속화

금융 4대천왕·이석채 등 MB맨 ‘추풍낙엽’
4대강 사업·원전비리 관련 실세 ‘정조준’

2014-12-06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정부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 잔재 청산이 가속화 되고 있다.
‘금융 4대천왕’과 이석채 전 KT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 대표적인 MB맨들이 박근혜정부 들어서 스스로 직위에서 물러나거나 ‘배임’ 등 물의로 사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금융 ‘4대천왕’에 대해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일각에서는 MB정권 시절 수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4대천왕 중 한명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고액의 고문료 논란이 일자 이를 고려해 현재 맡고 있는 고문직의 조기 사퇴 견해를 밝혔다.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이 모은 4000여점의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에서 쓰였다는 점에서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석채 전 KT 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0월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로부터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 측에 860억 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이 전 회장의 거취는 정권에 따라 관행처럼 교체되는 민영화 공기업 KT의 특성상 관심이 쏠렸었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떠오른 ‘배임’ 혐의 수사가 MB 정권이 끝나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전 회장을 교체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 1달도 채 되지 않아 사의를 표명, 지난달 12일 물러났다.

또 다른 민영화 공기업 수장이었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이석채 전 KT 회장처럼 9월부터 국세청 세무조사 등 정부의 압박을 받았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주요 행사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도 정치권에서는 ‘MB맨 찍어내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양건 전 감사원장도 청와대의 사퇴종용으로 직위에서 물러났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양 원장은 사퇴 결심을 순전히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으나 이임사에서 ‘외풍’을 언급, 의혹을 증폭시켰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지만 대선 직후 이명박 정권 하에서 꾸려진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실질적으로는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돼왔다. 청와대는 채 총장을 ‘MB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적 청산뿐 아니라 정책 청산도 이뤄지고 있다. 여야가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내용 해석과 공개 여부를 두고 갈등하던 시점에 청와대는 MB 정부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9일 원전 비리와 관련해서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해 원전 업계가 새롭게 태어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명박정부 실세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 수사를 진행했다.

또 감사원이 지난 7월10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을 추진했다’는 골자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근혜의 복심’으로 통화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다”라고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달 4일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을 추호도 두둔하거나 편들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MB정부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던 ‘녹색’이라는 단어도 없애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