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대신 설화만···삐걱대는 野 혁신위, '좌초' 위기
구설 휘말리는 김은경 혁신위···당내 신뢰 추락 野 의원 "金, 할 거 안 할 거 구분 안되는 듯" 혁신위 좌초될 시 이재명 리더십 '타격' 불가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출범 2달이 채 안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혁신위가 당을 혁신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설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민주당 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반발기류가 감지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책이 당내에서 큰 공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되려 구설수에 휘말리며 당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5일 민주당은 혁신위원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설'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직후라 여러 난관이 예상됐지만, 연이은 체포동의안 부결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으로 얼룩진 당 상황을 반전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혁신위발(發) 실언이 이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내 초선들을 학력이 저하된 '코로나 세대' 대학생에 비유했다가 사과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계파를 살려 정치하려 한다'는 맥락의 지적을 했다가 친이낙연계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청년 좌담회에서 '여명(餘命)에 비례한 투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는 조짐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일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논란과 관련 "정말 귀를 의심했다"며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나"고 성토했다. 이상민 의원도 다른 라디오에서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 혁신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는 혁신위가 '제 할일'을 못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혁신위는 진통 끝에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의원총회 추인을 끌어냈지만 이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달 21일 2호 쇄신안 일환으로 '기명투표 전환'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 관련 자세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의원은 "(혁신위에 대한 여론이) 안좋다"며 "(김 위원장이) 본인이 할 거 안 할 거 구분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당내 혁신은 안하고 본인 정치하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공개 활동을 줄이고 당 혁신에 몰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경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책임을 피해가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혁신위가 제대로 된 역할 없이 사장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시, 이 대표 리더십도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