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2.25%p’ 가능성…달러 강세전환 땐 외자유출 불가피

"연준 물가 확신까지 더 올릴 수도"…역대급 금리격차 예고 이미 외자 순유입 규모 지속 감소중...'환율'이 최대변수로

2024-08-02     이광표 기자
다음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3.50%)보다 2%p 높은 금리를 운용하게 됐다. 한미 금리차가 2%p로 벌어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존 금리차인 1.75%p만 해도 역대 최대치였는데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당연히 깊어지고 있다. 만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까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은은 추가 인상을 고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대략 15개월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으나 지난 6월에는 금리를 동결했고 이번에 다시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종전 최대치인 1.75%p를 넘어 2%p에 이르게 됐다. 보통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야 정상인데, 지금은 우리가 미국보다 '달러값'을 덜 치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앞서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확률을 99%로 반영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는 예상 속에서도 환율은 1200원대 후반으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날 환율은 하루 전보다 0.9원 내린 1274.5원에 마감했다. 물론 과거 10년 평균(1145원)보다는 높지만, 금리 차가 급격히 확대됐던 작년 하반기(1349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통상 한미 금리 역전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금리 차에 부담을 느낀 외국계 자금이 한국 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데, 사상 최대 수준의 한미 금리 역전이 예고됐음에도 외환시장 불안 조짐은 거의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다음 달에도 '5회 연속 동결'이 유력하다는 것이 아직은 대다수 관측이다. 한미 금리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한 외환·금융시장 내 반응이 금리 결정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은도 과거 수차례에 걸쳐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은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왜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지, 그렇게 주장하신 분한테 물어 보시라"고 언급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아직은 안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피치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 채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며 특히 미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섰을때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한은도 미국의 추가 인상에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고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징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에도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가 5월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주식만 따로 보면 자금이 3월(-17억3천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천만달러)로 돌아섰다. 그런데 오히려 최근 한은 내에서는 외환시장 불안보다 '가계부채'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연준이 9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가 2.25%p에 이르러 절대적인 격차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에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재는 지난달 14일 외부포럼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를 말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기에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