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각자도생의 사회, 아이들의 학교가 위험하다
2023-08-03 매일일보
가르치고 배우는 곳임과 동시에 우리가 인생에서 처음 겪는 공동체가 학교다. 국가가 의무를 강제해 만들어낸 공동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유무형적인 공통의 규율과 의무, 의사소통법을 배우고 익혀나간다. 하기 싫은 청소 당번을 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뭔가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닫고, 친한 친구와 모여 앉아 밥을 먹고 함께 땡땡이를 치고 그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학교 공동체를 책임지는 것은 교사이다. 때문에 교사라는 일의 본질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보다는 학교 혹은 학급이라는 공동체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것에 더 가깝다. 학원과 학교가 구분되는 건 이 지점이다. 학원에서 일하는 강사에게는 공동체를 유지할 책무가 주어지지 않기에 온라인 강의만 진행해도 성적만 오른다면 소임을 다하는 것이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는 그렇지 않다.
필자의 어린 시절 학교는 가족의 즐거움도 가득했다. 운동회 날이면 엄마의 맛있는 도시락과 온 가족의 뜨거운 응원도 있었다. 그 시절 좋은 추억도 있지만, 다른 이면도 존재한다. 교사는 학교에서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저항할 수 없는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교사 폭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교사가 거꾸로 학생에게서, 그것도 초등학생에게서 폭행을 당하는 현실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학부모가 교사의 상전인 전혀 딴 세상이 됐다. 지금 학교 이미지는 학교폭력, 입시지옥, 왕따, 교권침해 등이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각자도생하는 이 시대의 학생들, 아니 학부모와 충돌할 때다. 자녀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세대의 학부모에게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치 않다. 학교라는 공동체를 붕괴되고 있다.
한 교사가 교실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어떤 이는 이 사건에서 교권 추락을, 어떤 이는 갑질에 당한 노동자의 모습을 읽는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학교라는 공동체가 파산했다는 걸 가르쳐준다. 자녀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고인을 기리는 화환마저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 공동체의 붕괴를 보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자녀의 개별적 안위이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애도 따위는 중요치 않은 것이다.
과거 교사들은 공동체를 물리적 폭력으로 유지시켰다. 이건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다. 부랑자들을 교화시킨다며 교육대와 복지원에 집어넣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군에 들어가 수년간 구타당하고 얼차려를 받았다. 이런 사회에 속한 학교 공동체에서 폭력은 어쩌면 당연했다.
교실에서는 이제 더 이상 물리적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교사들은 폭력 없이 학교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충돌한다는 우려에 우리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 공동체를 유지 시킬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이라는 공간에 폭력 없이도 서로를 존중하는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채벌을 허용하자는 되지 않는 소리는 하지 말자.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고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