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초전도체’ 검증 안 됐는데… ‘묻지마 투자’ 줄손실 우려

학계도 의심하는데 쏠리는 투심…'테마주 함정' 주의보 테마 소멸되면 급락 가능성...전문가들 "투자 신중해야"

2024-08-03     이광표 기자
2차전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차전지 투자 열풍이 '상온 초전도체'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관련주로 묶인 덕성과 서남은 사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이 공개되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주가 급등세로 일부 종목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제 2의 2차전지주 열풍’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전도체 기술이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선 관련 종목에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고, 심지어 초전도체와 큰 관련이 없는 종목도 급등하는 형국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3일 오전 11시05분 기준 덕성은 전날보다 1850원(24.80%) 오른 상한가 93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남 역시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하면서 전날보다 2150원(25.44%) 오른 1만600원을 기록중이다. 모비스도 595원(16.15%) 오르면서 상한가에 올라섰다. 전날엔 초전도체 관련 종목 8개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덕성과 서남 외에도 고려제강, LS전선아시아, 신성델타테크, 원익피앤이, 파워로직스 등이 그랬다. 초전도체 테마가 주목받는 것은 지난달 22일 민간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공개하면서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저항없이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초저온·고압 상태가 아닌 상온·상압 상태에서 이용가능한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자동차 산업 역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과학계에서 이 논문이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형순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상온 초전도체 기술개발 논란은 있었지만 나중에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상용화 여부는 물론 아직 해당 논문의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전날 "현재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 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지난 수일간 국내외에서 보고된 결과의 '진위'에 논란이 있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면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진위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현재 '초전도체 테마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이 실제 초전도체 개발 및 상용화에 큰 연관이 없는 종목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신성델타테크의 경우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을 52.52% 보유하고 있는데, 이 벤처캐피탈이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9.37%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초전도체와 사업적으로는 직접적으로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셈이다. 파워로직스, LS전선아시아 등도 사업보고서에 '초전도체'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초전도체의 경우 전형적인 '테마주'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때 모 기업의 오너가 '파평 윤씨'라는 이유만으로 '윤석열 테마주'로 엮여 급등세를 보였는데, 윤대통령과 아무 상관이 없는 기업이었다"면서 "이런 기업의 주가는 테마가 소멸되고 나면 급락하는 특성이 있는데 현재 투자자들은 '초전도체 관련주'로 검색해 이름만 보이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수준이어서 투자에 엄중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