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업종별 경기전망 천차만별… 소외업종 “정책 형평성 맞춰야”
대한상의·전경련 "제조업 하반기 전망 비관적" 한목소리 의약품·식음료·전자통신장비만 BSI 기준치 100 이상 기록 정부, 대기업 중심 핵심품목 지원… '내수업종 방관' 우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취급 업종에 따라 각 업계가 하반기 경기전망을 바라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 정책이 일부 핵심 산업에 집중돼 산업계 간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 효과로 의약품, 식품, 반도체 등 유통산업은 점차 활력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섬유, 의류, 목재, 철강 등 내수시장 중심 제조업계는 하반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7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망치가 77포인트로 집계되면서 두 분기 연속 상승했다. 대형마트는 지난분기 87포인트에서 3분기 93포인트로 상승하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보였다.
가계 소비여력 약화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음에도 식료품은 필수재라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은까닭로 보인다. 또 고물가로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찾는 수요 증가도 한몫했다. 편의점(80→86)과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도 함께 상승하며, 소매유통업계는 경기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팬데믹 시절부터 글로벌 악재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제조업은 올해 하반기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선 경제전문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제조업계가 하반기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IT·가전(83), 전기(86), 철강(85), 섬유·의류(75) 등 주력 업종들이 기준치 100포인트를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기계(92) 업종도 3분기에는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 제약(115), 의료정밀(105) 등 바이오산업과 엔데믹 효과가 기대되는 식음료(108), 수주 호조세인 조선(106)만이 기준치를 상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 중 기준선(100)을 초과한 업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음료, 의약품, 전자·통신장비 등 3개 업종은 기준선에 걸쳤으나, 나머지 7개 업종(△금속 및 금속제품 82.1 △비금속 소재 및 제품 83.3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 85.0 △목재·가구 85.7 △섬유·의복 92. △자동차·기타운송장비 93.9 △석유정제·화학 96.4)은 기준선 미만으로 업황 부진이 전망됐다.
내수에 특화된 국내사들은 경기전망을 한층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철강 및 비금속광물 업계는 건설경기 불황과 레미콘 수급 차질의 영향으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목재·종이, 섬유·의류, 가구 분야는 소비 패턴이 양극화돼 몰락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H패션그룹사 관계자는 “의류 산업의 경우, 고가의 해외산 명품과 저가의 중국산 양산품으로 수요가 극단적으로 나뉜 상태”라고 토로했다. 완구출판업체 D사 관계자는 “목재, 종이 가공업체와 연관이 깊은 출판업과 완구, 악기 산업은 저렴한 개도국 제품의 진출과 저출산 여파로 국산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한국경제에 큰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 소외 업종이지만 주 소비층이 영유아인 만큼, 안전 문제를 위해서라도 국내가 꼭 갖고 있어야할 업종"이라고 말했다.
내수 업종이 고통받는 가운데, 정부는 글로벌 수요를 겨냥한 핵심품목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세재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27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바이오의약품 관련 8개 기술과 4개 시설을 국가전략기술·사업화시설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경련의 조사를 살펴보면,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의 BSI(8월 기준)는 100.0포인트로, 2022년 9월(117.6) 이후 11개월 만에 기준선을 회복했다. 제약, 의료정밀 분야도 기준치 이상이다. 정부는 고비를 넘긴 반도체 산업과 최근 성장세를 탄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관련 기업의 자본력을 강화하고 국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현재도 국내 산업계에 만연한 ‘기업 규모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핵심품목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은 대기업이다. 몰락해가는 내수업종은 그냥 두고, 핵심품목에만 산업 역량이 집중된다면 중소기업은 하도급으로 남아 대기업에 의존하는 사업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