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 ‘안전자산 랠리’

美국채 10년물 4.113%…원‧달러 환율 장중 1300원대 “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시장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

2023-08-03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가운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국 국채, 기축통화 등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3일 인베스팅닷컴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 4.077%에서 이날 최고 4.113%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날 4.174%에서 이날 4.205%로 상승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 채권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안전자산인 기축통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피치가 미국 등급 강등을 발표한 이후 원화 대비 달러와 엔화는 소폭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0원을 돌파했다. 엔‧원 환율은 지난 1일 895.44원까지 내려갔으나 하루 만에 17.29원 올라 전날 912.73원까지 상승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달러‧원 리스크오프 심리에 부채질 정도는 했을 수 있다”며 “지난주까지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크게 안 밀리던 환율이 (전일) 장 초반부터 역외 매수세가 계속돼 큰 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다소 내려갔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영향이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의 선임 분석가는 “미국 채권 금리의 스티프닝(장기물 금리 상승)이 일어나면 금 시장은 고전할 수 있다”며 “공포지수가 올라가고 있으며, 월가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져 금이 대체 자산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날 미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현지시각)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더해 2일(현지시각)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분기별 국채 발행액을 종전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리고 3분기에 1조달러 이상을 차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재무부가 당초 5월에 내놓은 추정치보다 2740억달러 더 큰 규모다.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2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9% 내린 2616.4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도 2605.39로 전날보다 0.42%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치의 미국 등급 강등 발표가 시장 심리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일시적인 조정에 그치는 등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일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아시아 주식시장은 우려를 반영하며 낙폭을 키워나갔다”며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여력 등을 감안하면 결국 미국 신용등급 이슈가 증시 추세를 꺾을 요인이라기보다 주가가 연중 최고치 부근에 있는 상황에서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뿐”이라고 진단했다.

버지니아 메종누브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글로벌 주식 CIO는 “시장이 분명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여전히 미 국채는 투자 등급이며, 과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은 강한 시장을 가졌고, 매크로 역시 피크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