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넘보는 카뱅 주담대 月1조 ‘쑥쑥’
저금리로 승부수…경남·광주·전북銀보다 순익 높아 가계부채 급증 우려···출범 취지 ‘포용금융’에 역행
2024-08-06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경남·광주·전북은행 등 3개 지방은행을 제친 데 이어 곧 시중은행도 넘볼 기세다. 다만 가계부채를 급증시켜 리스크 우려를 키운 데다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겠다는 출범 취지와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금리 주담대로 급성장···지방은행 추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2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5조5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말(2조4000억원)보다 3조1000억원(129%) 증가했다. 주담대를 매달 1조원 이상씩 늘린 셈이다.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지난 1분기 1조4370억원에서 2분기 3조5290억원으로 2조920억원(145.6%)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분기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감소분을 그대로 흡수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말 주담대 잔액은 680조7661억원이었으나 2분기 말 678조2454억원으로 2조5207억원 줄었다. 주담대가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순이익은 18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8.5% 늘었다. 상반기 순이익 기준 경남은행(1613억원), 광주은행(1416억원), 전북은행(1025억원) 등 3개 지방은행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보다 적었으나 올해 추월했다. 카카오뱅크는 저금리를 강점으로 내세워 가파른 주담대 성장세를 견인했다. 올 들어 금리 상승기에도 나홀로 3%대를 이어가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6월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4.02%였다. 17개 은행 중 최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시중은행보다 1% 이상 낮은 3%대 금리를 제공했다. 올해 2월에도 주담대 출시 1주년을 맞아 주담대 대환 고객을 대상으로 0.3%p를 할인해줬다. 주담대를 저금리로 공급할 수 있었던 건 조달금리가 낮았던 덕분이다. 우선 시중은행보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다. 카카오뱅크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57.4%다. 은행권 전체 평균인 39.4%보다 18%포인트 높은수준이다. 또한 시중은행과 달리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모집인 수수료나 중개사 제휴 수수료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에도 주담대를 중점적으로 취급해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출 성장 목표와 관련 “당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훌쩍 웃돌아 올해 중에 최소 30% 중반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며 “주담대와 같은 상품을 중점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가계부채 급증 우려···출범 취지에도 역행 다만 카카오뱅크의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이 가계부채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분기부터 가계대출 축소 흐름이 중단됐다. 저금리 주담대와 대출 규제 완화가 요인으로 꼽힌다.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줄어들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 5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이자상환부담과 소비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p 인상될 때 평균적으로 차주의 DSR은 1.94%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106%에서 올해 103%로 내렸는데, 이 비율이 늘어나면 우리경제의 큰 불안 요소로 볼 수 있다”며 “가계부채 축소를 통화정책 하나의 목표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도 “현재 가계대출 디레버리징(감축)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라며 “부채의 디레버리징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향후 장기적인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주담대 확대는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자 포용과도 거리가 먼 행보다. 인터넷은행은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율을 설정하는데 이 때문에 신용대출 규모를 키우면 중·저신용자 대출도 함께 늘려야 한다. 그러나 담보대출을 늘리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지 않고도 대출 자산을 확대할 수 있어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린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7.7%로 연말 목표치 30%에 미달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수익성만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