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에 필요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제소전화

제소전화해 관계에서는 승계집행 부여로 대부분 해결 가능 세입자가 얻는 이득이 적어 제소전화해 강제집행에는 무단전대 드물어

2024-08-05     김광호 기자

매일일보 = 김광호 기자  |  “세입자가 상습적인 무단전대를 저질러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황입니다. 세입자와 저는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제소전화해를 했던 터라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강제집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무단전대를 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세입자가 무단으로 점유자를 변경해 절차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절차를 활용하면 세입자의 무단전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27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부동산 강제집행은 당사자 특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명도소송 전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 필수로 여겨진다”면서도 “다만 명도소송이 필요 없는 제소전화해의 경우에는 승계집행문 부여 절차가 있기 때문에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은 명도소송을 진행할 때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불법 전대(재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이다. 일반적인 명도소송에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을 하지 않았다면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 명도소송 판결문에 특정된 세입자와 강제집행 당시 점유자가 다르다면 강제집행이 불가하고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제소전화해의 경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제소전화해는 성립 당시부터 명도(부동산을 건물주에게 반환하는 행위) 조건에 관한 합의 사항을 법원으로부터 효력을 인정받는 제도적 특성 때문이다.  즉 명도소송은 건물주가 명도에 관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제소전화해는 사전에 합법적인 명도조건을 세입자와 합의했기에 실 점유자가 다르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엄 변호사는 “만약 강제집행 도중 세입자가 점유자를 불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제소전화해 성립된 관계라면 어렵지 않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현 점유자를 파악해 법원에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통해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제소전화해가 성립된 임대차관계라도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상습적인 무단전대를 저지른 세입자를 상대하는 경우다. 현실에서는 승계집행문으로 대부분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세입자가 수시로 무단전대를 저지른 전례가 있고 앞으로도 그런 행위가 우려될 때 시간 절약 차원에서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 완료된 후에는 세입자가 무단전대를 하더라도 해당 계약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의 장점은 명도소송과 달리 강제집행까지의 시간이 상당히 짧다”며 “ 때문에 세입자가 시간을 끄는 이득이 적어 실제로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무단전대는 극히 드문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미 제소전화해가 성립된 임대차 관계에서는 강제집행 시 무단전대 자체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 되기도 한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집행권원이기 때문에 명도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입자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세입자가 강제집행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상습적으로 무단전대를 한다면 형법 327조에 따라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집행 면탈죄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 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즉 제소전화해는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까지 진행할 수 있음을 알고도 집행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고의로 무단전대를 한다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