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채 ETF 투자한 개미들…금리 급등에 울상
해외 상장지수펀드 줄줄이 연저점 행진
금리 인하 기대한 서학개미들 손실 불가피
2024-08-0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금리 급등에 줄줄이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올해 미국 장기채 ETF 순매수액 규모는 약 12억700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로, 연초 이후 해당 ETF에 투자했다면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ETF였다.
'TMF'라는 티커가 붙은 이 ETF의 순매수 결제액은 약 7억7000만달러로,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30년물에 투자한다.
장기물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해당하는 차익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TMF ETF 외에도 미국 장기채에 커버드콜 전략(기초자산 매수와 해당 자산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TLTW' ETF, TMF의 정방향 1배 상품인 'TLT' ETF도 순매수 상위 각각 3위, 6위에 올랐다.
TLTW ETF는 약 2억9000만달러를, TLT ETF는 약 2억1000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ETF에 대량 투자한 것은 채권 금리가 고점(가격 저점)에 달해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내려가면 원·달러 환율도 같이 내려가 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고자 3배 레버리지 ETF를 1배 상품보다 더욱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채권 금리가 많이 올라온 상태라 저점을 잡자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까지 겹치면서 금리가 더 올라갔고, 아마 대부분 다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장기채 ETF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초부터 연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젠 물타기도 지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는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7월 말 4%대를 넘더니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4.3%대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 금리가 연고점을 기록하자 TMF·TLTW·TLT 등 장기채 ETF들은 지난 3일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했다. 특히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는 연초 대비 하락률이 20%를 넘는다.
최근 장기물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미국 재무부가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3분기 국채 발행 계획에서 장기물 발행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장기물 국채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긴축(QT)과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함께 놓고 본다면 더 높은 금리 없이는 시장이 그렇게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곧 5.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