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쇄신하랴, 보상기준 마련하랴… 갈 길 바쁜 LH

철근누락 보상 세부 기준 마련 시급 파생 비리 막을 쇄신안 등 과제 산적

2024-08-06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최근 철근누락 아파트 사태로 부실시공 관련 입주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15개의 아파트 관련 손해배상과 더불어 분양 계약 해지권을 부여했지만, 입주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는 "대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냥 입주하기로 했다" "돈도 없고 오피스텔 구하기도 어렵다"는 한탄이 나오는 중이다. 살던 집을 포기하고 집을 옮길 경우 자금 조달부터 직장·학교 문제를 새로 고려해야 하는 등 입주민에게는 큰 부담이 따른다. 이에 따라 민원 유형이 워낙 다양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와 LH가 신속하게 구체적인 세부 기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이 현재까지 제시한 대책은 분양 주택의 재산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도 지목된다. 계약을 해지해도 향후 청약에서 재당첨 제약이 없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임대단지는 10곳, 분양단지는 5곳으로 임대가 훨씬 많았다. 분양 단지라 해도 파주운정3 A-23BL 1개 단지만 100% 분양주택으로 구성됐다. 나머지는 분양과 임대 혼합형으로 공급됐다. 가구 수로보면 총 1만1264가구  중 임대가 80%(9016가구)를 차지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LH 주택의 경우 서민 실수요자가 대부분이고, 임대의 경우 소득·자산 제한 등이 있어 더더욱 그렇다"면서 "당장 살 집이 없어지면 이사 등 부대비용부터 생각이 날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15개 아파트에서 최근까지 총 12건의 계약해지가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이 이뤄진 곳은 계약을 해지해도 청약 등 페널티가 적은 임대주택이었다. 입주 예정자의 신청이 8건이었고 현재 거주 중인 입주자의 신청은 4건이었다. 부실시공이 계약해지 사유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부실시공의 배경에 전관예우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내부 조직 혁신안 마련 또한 LH의 당면과제다. 이에 따라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이같은 의혹이 확인되는 업체에는 한 번의 발각으로 발주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원스트크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LH는 아파트 공사를 포함한 공사의 발주 과정에서 아예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운영하던 것을 LH와 분리된 별도의 기관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관의 고리가 건설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이뤄져 있는 만큼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LH는 2021년 땅 투기 의혹 때도 심사의원단에서 내부 인사를 배제하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결국 또 다른 파생 비리가 지목된 상황이다. 감사원의 지난해 6월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와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에서 심사·평가위원과 퇴직자 통화 현황을 분석해 보니 58건의 통화 내역이 확인됐다.  한 건설업 전문가는 "지난 땅 투기 사건으로 공공을 통한 택지 및 주택공급에 대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LH 투명화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민간 사업을 다양하게 지원하면서 공공에 대한 건설업계 영향력을 줄이려는 방침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