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서도 제자리”…시멘트값 협상 난항
산업부, ‘시멘트 수급 점검회의’서 원만한 합의 주문 협상 이후 인상 대열 늘어…“ESG 경영 스스로 부정”
2023-08-07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최근 정부가 시멘트사를 대상으로 ‘원만한 가격 협상’을 당부했지만, 업계 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사와 건설 및 레미콘업계의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사의 제품 가격 인상에서 비롯된 대립이다. 정부는 시장 안정 차원에서 양 측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지만, 민간의 자율에 맡기는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향후 공개될 상반기 실적에 따라 정부의 조치 방향성이 정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역삼동 한국시멘트협회에서 ‘시멘트 수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당초 집중호우에 따른 화물철로 유실로 시멘트 수급 우려가 나오면서, 운송 문제와 수해복구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수급 점검뿐 아니라 가격 논란에 대한 내용도 논의됐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기초 건설 소재로서 시멘트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각종 비용의 변동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의 원만한 가격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시멘트 가격을 t당 각각 14.1%, 14.3%씩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설비개선비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시멘트사의 입장이다. 산업부와의 간담회 이후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가 12.8%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당부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업계는 원자재와 인건비 등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변동요인이 있다면, 시멘트사의 주장에 수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간 수혜를 입은 법적 요소에서 비롯된 비용을 판매가격 상승으로 상쇄하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레미콘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사는 그간 유연탄 가격 변동을 주요 명분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할 뿐 아니라 평균 거래 금액이 어느정도 공개된다는 점에서 수요 기업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근거였다. 지난 2년간 시멘트사가 가격을 5차례 인상하는 동안 반발이 적은 이유다. 하지만 유연탄 가격은 현재 급락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7월 3주차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t당 138달러로 조사됐다. 작년 연평균 가격인 348달러보다 60.3%나 감소한 수치다.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도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전기요금의 인상률은 39.6%라는 점에서 유연탄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이 더욱 많이 남는 것으로 추산된다. 양 측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향후 공개될 상반기 실적으로 정책 방향성을 논할 전망이다. 시멘트사와 건설 및 레미콘업계의 수익성을 저울질한다는 뜻이다. 아직 정부가 시장 개입에 소극적이지만, 수치화된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본격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발생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은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글로벌 정세에 요동치는 특성을 가졌다. 유연탄값이 급락할 때도 시멘트사는 판매가를 인하한 이력이 없다”면서 “거래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결여됐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고, 그들이 추구하는 ESG 경영은 사실상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